[기고]난파선과 같은 아동학대 보호체계

주진관

발행일 2018-07-30 제2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경기화성아동보호전문기관 주진관 관장
주진관 경기화성아동보호 전문기관 관장
모두 배에 타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갑자기 폭풍우를 만나 배가 난파되었다. 모두 죽을 수 있는 긴박한 상황. 하나 있는 구명보트는 3명만 탈 수 있는 크기다. 배에 타고 있는 승객들은 구명보트에 타게 될 세 사람을 10분 안에 결정해야 한다. 여유가 없고 그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고 만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숨 막히는 위의 가정은 극한 상황을 통해 자신의 소중함을 자각하기 위한 청소년 집단프로그램의 한 내용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들은 수많은 학대피해아동 현장조사와 사례관리의 폭풍우 속에 살아가고 있다. 상담원들은 난파선의 극한 상황처럼 모든 학대피해아동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해 미안함과 죄책감에 갇혀 있을 때가 많다.

보건복지부의 '2016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아동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2013년부터 5년 동안 91명의 아동이 학대로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 2014년 9월 29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후 신고접수는 2014년 1만 7천782건에서 2016년 2만 9천671건으로 증가했다. 아동학대로 판단된 피해 아동수를 의미하는 '발견율'도 낮다. 2015년도 기준 국내 아동 인구 1천 명당 발견율은 1.3명으로 미국 9.2명 호주 8.5명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다.

증가하는 아동학대 신고에 기관들이 담당하는 피해아동은 포화상태다. 2016년 말 기준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 수는 637명이 전부다. 임상심리치료인력 수는 63명에 불과했다. 2016년 보건복지부가 추산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적정 상담원 수는 1천181명, 적정 임상심리치료인력 수는 174명인 것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예방과 사후관리 단계에서 대상자들이 사례관리 서비스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 아울러 추후 아동학대가 재발하지 않도록 맞춤형 전문서비스의 제공, 이를 위한 전문서비스 영역의 확대와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학대로 피해받는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

/주진관 경기화성아동보호 전문기관 관장

주진관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