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세탁'된 북한 석탄 韓반입, 물증 약해… 정부 억류 놓고 고심

양형종 기자

입력 2018-07-20 16: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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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에 따르면 북한 석탄을 적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리치 글로리호'(왼쪽)와 스카이 엔젤(오른쪽)호가 20일 오후 각각 제주도와 포항 인근 영해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연합뉴스=마린트래픽 제공

지난해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상 금수 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국내로 실어 나른 외국 선박 2척이 그 후로도 빈번하게 한국을 왕래 중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부가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대북제재 이행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문제의 파나마 선적 '스카이 엔젤'호와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 글로리'호에 대해서는 아직 억류라는 조치를 빼 들지 않고 있다.

최근 공개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환적된 북한산 석탄이 스카이 엔젤과 리치 글로리에 실려 지난해 10월 2일과 같은 달 11일 각각 인천과 포항으로 들어왔다. 이들 두 선박이 한국으로 들여온 북한산 석탄은 총 9천여 t인 것으로 파악됐다.

두 선박은 작년 10월 이후로도 수시로 국내 항구를 드나들었으며 심지어 20일에도 한국 영해를 포함한 근해를 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 선박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에 기록된 '스카이 엔젤'호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보면 이 선박은 한국 남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 중으로, 이날 오전 6시 20분께 부산 근해에서 포착됐다.

리치 글로리호의 경우 일본 히가시하리마항에서 출발해 중국 장쑤 성 장인항으로 항해하고 있으며, 일본 규슈와 혼슈 사이 해협 및 쓰시마섬 근해를 지나 제주도 방향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두 선박이 북한산 석탄을 한국에 반입한 일과 관련, 한국 측 수입업자들에 대해서는 관세법 위반(부정수입)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두 선박을 억류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가 스카이 엔젤 등에 대해 북한산 석탄 운반 혐의를 두고 있다면 국내 입항때나 영해를 통과할 때 억류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고민은 두 선박을 억류할만한 '합리적 근거'가 충분한지에 대한 판단에 있다.

스카이 엔젤 등 2척은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에서 실어 한국으로 반입했다는 점에서 기존 억류된 3척에 비해 '범죄 입증'이 복잡한 실정이다. 즉 스카이 엔젤 측이 북한산 석탄임을 인지한 상황에서 한국으로 운반했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또, 억류된 3척은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의해 입항 금지 선박으로 지정돼 있거나, 지정을 위한 논의가 이뤄졌던 선박이지만 스카이 엔젤과 리치 글로리는 '블랙리스트'에 등재되거나 등재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었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들 선박이 드나든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이 억류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으로 추정된다.

/양형종 기자 yang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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