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부러진 애국심

이영재

발행일 2018-07-23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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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1월 25일 오전 7시 40분 8명이 탑승한 B-24J 폭격기가 중국 쿤밍(昆明) 비행장을 이륙했다. 이들의 임무는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인도에서 보급품을 받아 오는 것. 이들이 다니던 '험프'는 날씨가 변화무쌍해 '지옥으로 가는 길'이란 별명이 붙은 '악명 높은' 항로였다. 불행하게 이 비행기는 이륙한 지 3시간 후 지상과의 연락이 끊겼다.

미국은 1947년 '험프'에서 추락한 비행기 잔해와 실종된 미군 유해를 찾는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300여 구의 시신을 수습했지만, 이들이 탄 B-24J 폭격기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수색은 계속됐다. 마침내 2012년 10월, 군인·의사·고고학자·인류학자·항공기전문가로 구성된 수색팀이 인도 동북부 히말라야 산맥 2천820m의 바위투성이 산 계곡에서 처참한 모습의 비행기를 발견했다. 추락한 지 68년 만이었다. 이 업무를 담당한 곳이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t forgotten)'를 모토로 하는 미 국방성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이다. 미국인의 '자발적 애국심 발전소'로 불리는 곳이다.

17일 포항에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이륙 도중 추락해 5명의 해병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잔해와 시신. 사고현장은 너무 끔찍해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정부의 사고 처리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사고 현장을 즉시 공개하지 않았을 뿐더러, 청와대 대변인이 뜬금없이 "수리온의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마린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투였다. 대통령의 애도 역시 사고 3일 후에야 나왔다. "유족들이 의전 등이 흡족하지 못해 짜증이 난 것 같다"는 국방부 장관의 발언은 사과 후에도 여전히 유족과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고 있다.

미국이 최강국이 될 수 있었던 건 전쟁과 훈련 도중 발생한 그 어떤 사고라도 신속히 원인을 밝혀내고, 끝까지 시신을 찾아 가족 품에 돌려주는 '국가의 의무'를 다 하기 때문이다. '험프' 수색이 이를 증명한다. 훈련 중 목숨을 잃은 장병은 물론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을 가벼이 여긴다면 우리는 절대 강한 국가가 될 수 없다. 마린온의 부러진 날개로 5명의 해병이 순직했지만, 그들의 고귀한 '애국심'마저 부러뜨려선 안 된다. 장병의 영결식은 사고 6일이 지난 오늘, 해병대장으로 열린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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