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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갈랫길에 선

한 송이 해바라기

아침이 오면



숙였던 고개를 들고

새해를

바라보면서

지난밤 사연을 호소하리라



나는 밤을 보내는

한 송이 해바라기

눈물로 얼굴을 씻고

멀리 바라본다

태양이

나의 태양이

산 너머에서 돋아오네

이은상(1903~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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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어쩌면 살아있다는 것은 하루의 태양을 맞이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뜨고 지는 태양 사이로 규칙적인 '한 송이 해바라기'처럼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시간의 태엽'에 맞춰져 돌아가고 있다. 누구나 '태양의 시간'이 풀리는 순간 '아침이 오면 숙였던' 고개를 들지 못하고, 새로운 해를 볼 수 없다. 현존재의 시간은 삶과 죽음이라는 '갈랫길에 선' 위태로운 일상의 연속인 줄 모른다. 따라서 '해'와 '바라기'의 합성어인 해바라기와 같이 인생도 해가 없이는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존재 증명을 하지 못하는 것. 7월부터 개화하는 해바라기의 꽃말 '당신을 바라봅니다'처럼 우리는 그를 맞이하기 위해 '밤을 보내는 한 송이 해바라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태양이 뜨는 것을 밤새 기다려 '눈물로 얼굴을 씻고 멀리 바라'보는 것을 두려 말라. 날마다 '태양이' 그것도 '나의 태양이' 이렇게 '산 너머에서 돋아'나는 것을, 기뻐하고 또 기뻐하라.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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