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노동운동가 출신 1호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이석행 이사장

"노동 인력 길러내는 직업 교육, 그 자체가 노동 운동"

김명래 기자

발행일 2018-07-25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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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 이석행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출근길4
이석행 한국폴리텍 대학 이사장이 17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구산동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 이석행 이사장은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운전기사가 출퇴근 업무로 힘들어하지 않으며 사람들 표정도 보고, 글 쓰는 시간도 생긴다"고 말했다.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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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뒤 올초부터 지난 6월까지 전국 35개 캠퍼스와 3개 부설기관을 방문해 직원과 학생들을 만나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역대 폴리텍대 이사장들이 보통 2년 동안 했던 일을 5개월 만에 마쳤다. 그가 민주노총 7대 위원장이 되고 나서 전국 2천500여개 사업장을 돌았던 2007년의 '대장정'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폴리텍대는 취임 후 이석행 이사장의 활동을 대장정으로 표현했다.

그의 집무실 회의 탁자에 놓인 A4용지 크기의 달력에 일정이 빽빽했다. 대장정 이후에도 일정표를 비우지 않았다. 사람을 만났고, 현장에 다녔다. 한국폴리텍대에서 관료, 교수가 아닌 노동 운동가 출신이 이사장이 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이사장이 되고 접견실 사방에 놓인 화분을 치우고 그 자리에 전국의 폴리텍대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한 것은 작은 변화의 하나였다. '프레스 전동 장치 모형', '반도체 칩 제조 공정 기술', '무인 항공기 3D 모델링' 등이 접견실을 가득 채웠다.

공장 노동자 출신의 이사장은 모든 작품의 기능에 대해 막힘 없이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폴리텍대의 주인인 교직원, 고객인 학생을 책임지러 온 노동자"라고 소개했다. '노동자 이사장' 이석행과의 인터뷰는 지난 13일 오전 인천노동복지합동청사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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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텍대는 미화·경비 직종 파견직 근로자 671명을 지난 6월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비교적 긴 시간 노사협의회를 거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 어떻게 추진하셨습니까.

"제가 이사장으로 오기 전부터 폴리텍대 노조가 추진 중인 사안이었습니다.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공공기관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2010년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 노동특보로 있으면서 지하철 청소 노동자 등 많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뤘고, 이 모델이 모범사례가 돼 광주광역시, 전남 진주시 등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모델을 여기에 접목시켰습니다. 정규직 전환할 때 노동자 의견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35개 캠퍼스에서 순회 설명회를 열었고, 직무별 용역 노동자 대표단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노사협의회를 구성해 오랜 시간 토론해 급여·정년 문제에서 합의안을 도출했습니다. 지금 이분들을 '용역직'이 아니라 '대학운영직'으로 분류했습니다. 내 직장이라는 소속감이 있어야 최고의 서비스가 나옵니다."

-노동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직업교육훈련기관인 폴리텍대 이사장이 되셨습니다. 기대도 크고, 비판 여론도 있습니다.

(이석행 이사장은 지난 2010년 11월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 노동특보로 위촉돼 활동했고, 2012년 3월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정치할 때는 당 안에서 노동자들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힘썼습니다. 지금은 폴리텍대가 내 전부입니다. 직업 교육은 노동 인력을 길러내는 것입니다.

결국 그 자체가 노동 운동입니다. 물론 제가 나중에 나가서 노동 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접었습니다. 그래도 '노동자적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폴리텍대 직업교육은 50년 이상의 역사로 교직원들 노하우가 놀랄 정도입니다. 그런데 와서 보니까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정 과제가 떨어지면 거기에 다 매몰돼 어느 누구도 '아니다'라는 소리를 못했던 것 같습니다. 폴리텍대는 폴리텍 안에서만 경쟁했습니다. 1등에서 38등까지 순위를 매겼습니다.

폴리텍대의 강점은 서로 융합하는 데 있습니다. 38개 캠퍼스와 기관이 서로 공통 분모를 공유해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폴리텍대 산하 기관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그 역량을 측정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공감 이석행 한국폴리텍대 이사장5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사장께서는 고학력 미취업자 실업 문제 해소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대학 졸업하고 우리 학교 오는 학생이 전체의 45%입니다. 입학생 절반가량이 대학 졸업 후 리턴해서 오는 겁니다. 취업이 안 되니까요.

그런 인력을 데려다가 용접을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하이테크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고학력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이 과정의 정원이 올해 545명인데 이를 2022년까지 945명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4차 산업혁명 학과로 현재 빅데이터, 핀테크 등 9개 과정을 운영 중입니다. 학과 개편을 통해 앞으로 5년간 매년 3개씩 모두 15개 학과를 신설할 것입니다.

이 외에도 '베이비부머 과정', '여성 재취업 과정', '신중년 특화 과정'을 확대하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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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께서는 더불어민주당 전국 노동위원장을 맡아 집권 여당의 노동 부문 정책을 총괄하셨습니다. 우리나라 전체의 노동 정책뿐 아니라 인천시의 노동 정책도 잘 알고 계십니다. 노동 부문에서 인천시가 꼭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인천에 노동회관이 없습니다. 광역시 중 노동회관이 없는 도시는 인천 뿐입니다. 일자리 정보, 직업 향상 정보, 빅데이터 시스템을 갖춰 노동자 누구든 미래를 컨택할 수 있는 노동회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 인천에 중소기업이 많은데 중기 재직자 자녀를 위한 장학재단도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에 10~20년 근무한 장기 재직자 자녀의 학자금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어야 합니다."

이석행 이사장은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고, 구속 수감 중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유년 시절 단거리 육상 선수 출신인 그는 체육교사가 되고 싶어 인천대 체육학과에 입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사무차장 시절인 1990년대 초반 그는 인천 계산동에 정착했다. 지난해 9월 간석동으로 이사했다.

운전기사가 있지만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사람들 표정도 보고, 글도 쓰는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다. 또 서울에 거주하는 운전기사가 출퇴근 업무로 힘들어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는 폴리텍대에서 일하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글/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터뷰 공감 이석행 한국폴리텍대 이사장7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석행 이사장은?

폴리텍대 심볼
▲ 1958년 충남 청양군 출생

▲ 1978년 전북기계공고 졸업, 진주 대동중공업 입사

▲ 1984년 대동중공업 노동조합 위원장

▲ 1991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사무차장

▲ 1995년 전국자동차산업연맹 부위원장

▲ 1996년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

▲ 2004년 민주노총 사무총장

▲ 2007년 민주노총 위원장

▲ 2010년 인천대 체육학과 입학(2014년 졸업)

▲ 2010년 (주)우경일렉텍 기술고문

▲ 2014년 재단법인 피플 상임고문

▲ 2016년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위원장

▲ 2017년 12월 ~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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