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인천 도시재생 정책 방향은

목동훈

발행일 2018-07-26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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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재개발·재건축' 가장 활발
금융위기이후 대부분사업 폐지·축소·지연
박남춘시장 공약 '원도심-신도시 균형발전'
공공주도 한계 민간참여 등 '솔로몬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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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인천 남구 주안4동에 올해 개교 123주년을 맞은 인천고등학교가 있다. 1895년 6월 27일 개교한 '관립 한성외국어학교 인천지교'가 여러 번의 교명 변경 및 통합을 거쳐 인천고등학교(1951년 8월 31일)가 됐다. 인고가 주안4동에 자리 잡은 건 1971년 6월 5일이다. 인천감리서 안에서 개교한 인고는 송림동, 율목동을 거쳐 이곳에 왔다.

인고백이십년사편찬위원회가 2015년 만든 '인고 백이십년사', 미추홀구(옛 남구)가 지난해 발간한 '도시마을생활사' 주안동 편에는 인고 이전 당시의 주안동 모습이 기록돼 있다. 주안동 일대는 인천 변두리 지역으로 학교 주위엔 논과 밭밖에 없었다. '민가 하나 없는 쌀쌀한 찬바람만 불어오는 황량한 지역'이었다. 허허벌판에 학교만 덩그렇게 있으니 동문의 불만이 많았다. 학교는 "지금은 이렇지만 10년 후에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며 설득에 나섰지만, 옛터로 되돌아가자는 극성파 동문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읽고 예측하는 능력이 있었던 것인지, 동문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적당히 둘러대어 위기를 모면한 건지 알 길 없지만, 어쨌든 주안동이 서서히 달라졌다. 인천 도심이 토지구획정리사업 등 도시 개발에 따라 이동·확장하면서 주안동 일대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거다. 1975년 인고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석바위시장이 개설됐고, 2년 후 시장 인근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주안주공)가 들어섰다. 남동구와 연수구가 개발되기 전까지 주안동 일대, 특히 주안2·4동은 신도시 개념의 부촌(富村)이었다고 한다.

며칠 전 찾아간 인고 뒤편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단독주택·빌라·상가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었고, 건물 외벽에 빨간 스프레이로 '철거'라고 적혀 있거나 현관문이 쇠사슬 또는 나무 막대로 굳게 잠겨 있었다. 이 일대 약 9만560㎡는 주택재개발구역으로, 철거 등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앞두고 이주가 한창이다. 아파트 13개 동 총 1천856세대가 건립될 예정이다. 허허벌판에 학교 하나만 달랑 있었던 곳이 저층 주거지를 거쳐 이제는 '고층 아파트 숲'으로 변모할 채비를 하는 셈이다.

인천에서 주택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구월, 간석, 주안 등 저층 주공아파트 위주로 재건축이 이뤄졌는데, 재개발은 토지주와 세입자 등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탓에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한동안 '침체기'를 보내기도 했다. 주안4구역도 2009년 4월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으니 이 단계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명박 정부 때는 '뉴타운 광풍'이 인천에도 불었지만, 사업 대부분이 흐지부지되거나 축소·지연됐다.

박남춘 인천시장 공약 2번은 '인천 재창조 프로젝트로 원도심-신도시 균형 발전'이다. 도시재생 총괄 전담기구 설립, 노후 저층 주거지 개선을 위한 소규모 정비사업(더불어 마을) 추진, 원도심 혁신지구 5년간 20곳 지정 등을 약속했다.

과거와 달리 주민들이 도시정비사업을 만만하게 대하지 않는 점, 자부담 없이는 '헌 집 줄게 새집 다오'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점, 공공이 도시정비사업의 대안을 고민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과 주민들의 기대치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다. 공공이 도시재생을 주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또한 중요하다. 도로를 정비하고 공원·주차장을 만드는 등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것 외에 '인구 유입' '지역공동체 회복'에도 신경 써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

/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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