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미군 유해 송환 추가로 이어지길

김순기

발행일 2018-07-30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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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중 5300구 北에 있는 것으로 추정
가족들 슬픔·기다림 깊이 헤아리기 힘들어
'정서적 연대'는 이념이나 지역 뛰어넘는
'보편적 인류애'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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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기 정치부장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었던 지난 27일 한국전쟁 중 북한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 55구가 북한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로 송환됐다.

미국은 남다른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미군 유해가 곧 북한을 떠나 미국으로 향할 것"이라며 "많은 가족들에게 엄청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대변인 성명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군 전사자 유해송환이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약속을 이행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행동과 긍정적 변화를 위한 모멘텀에 고무됐다"고 말했다. 또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북미 관계의 전환,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과감한 첫 번째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전쟁 실종자 유가족들이 유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발 빠르게 후속 보도도 내놓았다. 그중 애리조나 길버트에 사는 잰 커런(70·여)씨의 사연이 눈에 띈다. 해군비행사였던 그녀의 아버지 찰스 개리슨 중위는 그녀가 3살 때 한반도 상공에서 격추된 뒤 포로로 잡혀있다가 숨졌는데 유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 유해찾기'는 수십년 간 이어졌다. 부친을 좋은 묘지에라도 모셔 자식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수십 개 실종자 모임에 참여했고, 지난 2013년에는 부친이 생포된 곳까지 찾아 나서기도 했다. 그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버지를 모셔오지 못한 게 아직도 괴롭다는 사실이 참 놀랍다"고 말했다.

미국은 독립전쟁을 거쳐 탄생한 나라다. 개인의 자유와 가치, 평등을 매우 중시하면서도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매우 명예롭게 여긴다. 서부개척 시대를 거치면서 개인이 맺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 단위인 '가족'에 대한 정서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온 일병 구하기'는 이런 미국적 특성이 잘 드러나는 영화다. 2차대전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끝난 직후 미국 대통령은 한 가지 보고를 받게 된다. 전쟁에 참여한 한 집안의 4형제 중 3명이 죽고 제임스 프란시스 라이언이라는 이름의 막내만 살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마지막 남은 아들 한 명만이라도 어머니의 품에 되돌려보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한 특수부대가 꾸려진다. 영화는 존 밀러가 이끄는 특수 부대가 사상자까지 내면서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두 번째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줬다.

잰 커런씨는 이번에 송환된 미군 유해 55구 중에 부친이 포함됐는지를 확인하기까지 또다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일단 미군의 유해는 미국 국방부 '전쟁 포로 실종자 확인국'이 있는 하와이 연구소로 옮겨진다. 유전자(DNA)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있는 연구소에서 실종자 가족·친척들의 샘플과 비교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목걸이 인식표 등이 있으면 확인 기간이 짧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신원을 확인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한국 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가운데 약 5천300명의 유해가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이런저런 실종자 가족들이 적지 않고 그들의 슬픔과 기다림은 그 깊이를 헤아리기 힘들다. 그러기에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정서적 연대'는 이념이나 지역을 뛰어넘는 '보편적 인류애'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이 추가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더 나아가 유해 발굴 및 송환이 종전선언·비핵화·평화협정 등으로 나아가길 희망해본다.

/김순기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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