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관공서 광고는 무조건 진지해야 하나요

이지은

발행일 2018-08-03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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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도 않고, 외면 받는 홍보로
무슨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그래서 'B급 코드'는 시민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려는
관공서의 또 다른 변신이자 용기


이지은 김포시 공보관실 주무관
이지은 김포시 공보관실 주무관
굴지의 기업 신세계가 'B급 감성' 가득한 만물상 잡화점 '삐에로 쑈핑'을 오픈했다.

일부러 매장 명칭의 맞춤법을 틀리는가 하면, 매장의 상품 진열은 마치 정리가 덜 된 것처럼 복잡하게 구성해 소비자들의 물건 찾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게다가 B급 콘셉트답게 직원들의 유니폼 뒤에도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고 당당하게 적어놨다. 성인용품, 지하철 모양의 흡연실, 코스프레용 가발·복장 등 '대기업이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내놓아 인기몰이 중이다.

얼마 전 솔로로 컴백한 빅뱅의 가수 승리는 B급 감성 뮤직비디오 'WHERE R U FROM'를 공개했다. 공개 전 홍보 포스터에는 '경고! 절대 기대하지 마세요', '병맛 뮤직비디오'라는 문구를 적어 어떤 뮤직비디오가 탄생할지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다. 이 뮤비는 B급 마이너 감성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B급 감성이 주류가 돼 가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 B급 코드에 매료돼 있다. 기발한 언어유희와 반전의 재미를 가미한 각종 광고에서 기업의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B급 코드는 이제 필수다. 바야흐로 '스낵컬처 시대'답다. 지금의 광고, 또는 소셜미디어에서는 짧은 시간에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할 경우 시선을 붙잡지 못한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기존에 엄숙했던 관공서 광고도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충북 충주시의 고구마축제 홍보 포스터다. 관공서 홍보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최신 유행어와 콘텐츠가 담겨 있다. 영화 '쏘우' 대사인 '너는 평소 (고구마)를 소중히 대하지 않았지'를 응용해 재미를 줬다. 포스터 또한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짤방을 이용해 만들었다.

관공서 홍보물은 고리타분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축제의 성공적인 운영에도 기여했다는 평이다.

B급 광고가 정답은 아닐 수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관공서의 광고는 진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분명 시대를 읽지 못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광고, 훈계하려는 광고는 시민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관공서에서는 상사들의 눈치를 보며 B급 광고 효과를 애써 외면하고 진지한 홍보영상을 제작하곤 한다. 한때 김포시 홍보팀은 B급 감성의 시 홍보영상을 만들었다가 윗분으로부터 혼쭐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영상은 지금도 전국 지자체 홍보영상 가운데 손가락에 꼽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관공서가 아무리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사람들이 들어야 할 것 아닌가. 보지 않는 광고, 외면받는 광고로 무슨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그래서 B급 광고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려는 관공서의 또 다른 변신이자 용기 있는 선택이다.

/이지은 김포시 공보관실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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