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익의 '스타트업']안나 카레니나 법칙

주종익

발행일 2018-08-06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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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안나 카레니나'는 '전쟁과 평화'와 함께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대표작품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시작은 이렇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보통 이 말을 이렇게들 해석한다 "행복하고 잘 나가는 집안은 모두 생각이 비슷해서 화목하고 넉넉하고 걱정도 없고 엇비슷하지만 잘 안 되는 불행한 집안은 그 안 되는 이유가 천차만별이고 말도 많다." 수많은 신문의 칼럼이나 강연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법칙이다. 대부분 정치 경제 사회현상을 설명하면서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비유적으로 지금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법칙으로 소개한 사람은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품이었던 '총. 균. 쇠'의 저자이며 진화 생물학자인 UCLA의대 교수 재러드 다이아몬드이다. '총. 균. 쇠' 9장이 안나 카레니나 법칙에 관한 내용이다. 세상에 수많은 동물 중에 가축이 된 동물은 대개 엇비슷하게 몇 가지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 가축이 되었지만 가축이 못된 동물들은 가축이 되지 못한 이유가 천차만별로 제각기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인용하면서 Anna Karenina Principle(안나 카레니나 법칙)이라고 소제목을 붙였다. Principle(보통은 Law를 법칙이라 함)을 법칙으로 번역했다. 정말 법칙일까? 법칙이란 말을 붙이려면 어느 경우에나 반드시 그 법칙이 참일 때 만 붙이는 것이다. 가령 뉴턴의 법칙, 만유인력의 법칙, 에너지 불변의 법칙 등이 한국에서는 참인데 미국에서는 참이 아니라한다면 법칙일까? 안나 카레니나 현상 정도라면 몰라도 행복과 불행에 법칙이라고 붙이기에는 그 정의부터 불분명하다. 법칙이라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술 더 떠서 최근에는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사업의 성공법칙과 실패 요인을 말하고자 할 때 많이 인용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요인은 엇비슷하고 실패한 사람들은 그 원인이 잡다하고 제각각이라는 취지로 결론짓기 위해서다. 그러면 정말로 행복한 가정은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천차만별이고 가축화한 동물은 엇비슷하고 가축화되지 못한 동물들은 그 원인이 제각각이고 성공한 기업가는 성공 원인이 엇비슷하고 실패한 사람들은 실패의 원인이 천차만별이고 제각각일까? 아니다. 행복한 가정, 가축화된 동물, 성공한 기업가도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 가축화 못된 동물, 실패한 기업가도 엇비슷하며 그 반대로 생각하면 이들 모두가 제각각이고 천차만별이다. 관점의 차이이다. 보통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경우는 총론을 말하니까 엇비슷할 수밖에 없고 부정적인 결과를 낸 경우는 이유를 설명하고 변명하려니까 총론을 말하지 않고 시시콜콜 각론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은 "성격이 잘 맞는다고 엇비슷하게 말하지만 이혼하는 부부는 성격차이의 내용을 수도 없이 나열하니 제각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성공한 기업가는 고객의 니드를 잘 맞추어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실패한 기업가는 고객의 니드가 천차만별이라면서 그것을 제각기 나열한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성공 신화의 그룹 중에 이베이(e-bay) 사단이라는 것이 있다. 이 사단의 총 대장이 우리나라에 몇 년 전에 방문하여 한국 스타트업을 휘젓고 간 Zero to One의 저자인 피터틸이다. 전기 자동차의 대부 엘론머스크도 이베이 사단의 멤버이다. 피터틸은 그의 저서 제로투원에서 안나카레니나법칙에 대하여 스타트업은 그 법칙과 반대라고 했다.

실패한 사람들은 엇비슷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잡다한 제각각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관점을 실패한 사람들은 총론을 말했고 성공한 사람들은 각론을 해결한 사람들이라고 보았다. 성공한 기업가의 강연을 듣고 성공해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다. 그 사람이 성공한 것은 그때 그런 생각과 그런 방법으로 성공한 것이다. 성공 사례를 발표하는 사람은 보통 어느 정도 자신을 미화하며 총론만 몇 개 자랑스럽게 말하고 만다. 수능 만점 맞은 학생은 그 비결을 말할 때 뻔한 얘기만 한다. 잠 잘 것 다 자고 수업에만 충실하고 과외는 하지 않고 등등… 총론만 말한다. 오히려 성공하고 싶으면 실패한 사람들의 자질구레한 여러 개의 문제점들을 모아서 하나하나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더 똑똑한 생각인지 모른다. 그래서 실패에서 배운다는 말을 많이 하고 어차피 스타트업 성공확률이 10% 내외이니까 빨리 의미 있는 실패를 경험하고 그 경험에서 성공의 핵심을 발견하라고 한다. 그리고 실패의 경력이 가장 좋은 자신의 스펙이 된다는 것을 빨리 터득하면 좋겠다.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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