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려주는 인천이야기·28]국제물류 주선업 '포워더'

기업·직구족 '수출·입 문과 문' 잇는 운송 설계자

이현준 기자

발행일 2018-08-02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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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바다이야기
인천 남항 인근 'YL물류' 야적장에서 지게차가 컨테이너에서 화물을 꺼내는 모습. 한 직원이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있다.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선적·보험·보관등 복잡한 과정 대행
육·해·공 복합시스템… 효율성 높아

인천항, 컨터미널 설치 이후 활성화
수도권·중국 시장 수시 연결 '매력'
2000년대들어 물동량 4배가량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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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가 한창이던 7월 20일 인천 남항 인근에 있는 'YL물류' 야적장은 비교적 이른 오전 시간임에도 작업자들과 지게차, 트럭들로 분주했다.

중국에서 들어온 컨테이너에서 지게차로 화물을 빼내는 작업이 한창이었고 그 옆으론 빼낸 짐을 어디론가 싣고 가는 트럭들이 줄지었다.

다른 한 켠에선 트럭에서 창고로 짐이 옮겨졌다. YL물류 문성식 상무이사는 "하루에 10대 내외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데, LCL 컨테이너 하나당 20~30명의 화주가 있다"며 "물건을 내리면 화주별로 물건을 다시 옮겨야 해 하루에도 100여 대의 트럭이 이곳을 오간다"고 했다.

그는 "무엇이 얼마나 들어오고, 또 목적지에 맞게 제대로 나가는지 정확히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예전보다 장비도 좋아지고 해서 작업이 수월해진 부분이 있지만, 아무래도 야외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은 요즘처럼 폭염이 계속되면 힘든 부분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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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화물을 보관하는 창고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이 업체는 '포워더'라고 불리는 '국제물류주선업'을 하는 업체다. 수출이나 수입이 이뤄지기 위해선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일례로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의 국내 업체가 중국 내륙의 한 도시에 있는 업체와 수출 계약을 맺고 제품을 보내기로 했다. 인천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국 업체에 전달하기 위해선 인천 공장에서 제품을 포장해 인천항이나 인천공항으로 옮겨야 한다.

제품을 실어 나를 배나 비행기 편을 확보해야 하고, 일정이 맞지 않으면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한다. 중국 현지 항만이나 공항에 도착해도 중국 내륙에 있는 업체까지 물건을 운반해줄 철도나 차량 등 교통수단이 필요하다. 이들 과정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서류도 수십 가지다.

일반 업체가 이들 과정을 모두 소화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포워더'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화주로부터 의뢰를 받아 이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이행한다. 송하인으로부터 화물을 인수해 수하인에게 인도할 때까지 집하와 입출고, 선적, 운송, 보험 가입, 보관, 배달 등 일체의 업무를 주선한다.

해상, 육상, 항공 등 각 운송 수단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door to door'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주된 역할이다.

프레이트 포워더(Freight forwarder), 복합운송주선업 등 다양한 이름이 있지만, 역할에 큰 차이는 없다.

인천복합운송협회 양창훈 회장은 "포워더는 최적의 물류시스템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라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수출입 업체가 운송이나 선적 절차 등 복잡한 업무에서 벗어나 수출입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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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트럭 기사가 포워더 업체 사무실에서 컨테이너 반·출입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포워더의 역사는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 도시국가 간 원활한 교역 활동을 위해 각국의 운송과 상사제도, 무역 관행, 관리, 세금 문제 등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중간 매개 행위자의 필요에 따라 무역업자와 운송업자의 형태를 갖춘 상인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기능 세분화를 통해 전문성을 지닌 운송업자의 성격으로 변모했고, 국제사업회의소의 신용장통일규칙과 미국의 신해운법 등이 발효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세계적인 물류업체 DHL과 UPS 등도 포워더의 일종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선 조선 중기 이후 존재감을 나타낸 '객주(客主)'가 이와 비슷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객주는 전국의 상품 유통을 중간에서 장악하는 상인으로, 위탁매매를 본업으로 했다.

여기에 창고업과 운송업, 은행업과 숙박업 등을 겸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단지 화물만을 보내 판매를 위탁하는 일도 했다고 한다.

1883년 인천항 개항으로 인천이 조선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객주의 활동은 더욱 두드러졌다.

외국과 같은 형태의 포워더 관련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건 1970년대로, 정부의 수출입 활성화 정책에 따른 해외 교역량 증가가 배경이 됐다.

스위스나 독일 등에서 유수의 포워더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그들의 서비스 형태를 답습하는 방식으로 처음 자리 잡았다고 한다. 초기엔 화물 선적을 대행하거나 운임 징수 문제를 상대국 파트너를 대신해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였다. 당시만 해도 해운 중심의 업무였다.

이후 법적 체계가 갖춰지고 교통부 해운국에서 관장하던 업무를 신설된 해운항만청으로 이관하면서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항공운송과의 병합, 면허제의 등록제 전환 등 법적 정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지금의 형태로 성장했다. 현재는 관련 업무가 지자체로 넘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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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항 인근에 있는 'YL물류'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선하증권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포워더가 인천항 주변에 본격적으로 모인 건 2000년대 들어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천항 외항에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이 들어서고 인천~톈진 등 정기 컨테이너 항로가 개설되는 등 여건이 좋아지면서 업계에서 인천항을 주목했다는 것이다.

컨테이너를 둘러싼 주변 인프라 확충이 포워더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셈이다.

30년 가까이 포워더 업무를 한 정원태 비선해운항공 사장은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이 문을 열기 전까지는 한중 카페리에 실리는 컨테이너 정도고, 컨테이너를 배로 싣거나 배에서 내리는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 정도만 있을 뿐 인프라도 열악해 포워더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트럭에서 컨테이너를 야적장으로 내릴 때면 컨테이너에 줄을 달아 일반 크레인에 걸고, 그 줄을 사람 여럿이 잡아가면서 어렵게 작업했다"면서 "인천항과 배후단지 등에 컨테이너를 취급할 수 있는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포워더도 함께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인천항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이 개장한 2003년 컨테이너 물동량은 82만1천TEU였다. 지난해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304만8천TEU로, 10여 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천시에 등록돼 활동하는 포워더는 올 7월 현재 420여 곳에 달한다. 2013년 이전까지 238개였던 인천지역 포워더는 매년 40~50개씩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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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은 미주와 유럽 등으로 향하는 장거리 항로는 부산항에 비해 적어도 수도권이라는 배후 시장과 거대 시장인 중국을 수시로 연결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중국 등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접 물건을 구입하는 '역직구' 등이 활성화되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 시 인천항이 거점 항만으로 부상할 수 있는 만큼 포워더 업계에서 인천항의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물류학회 박정섭 명예회장(청운대 교수)은 "인천은 세계적인 항만과 공항을 갖추고 있는 등 물류 연계성이 뛰어난 지역인 만큼, 복합운송을 하는 포워더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생산 물자의 원활한 수출을 위한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시스템이 더욱 잘 구축된다면 인천은 더욱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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