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대사 확인한 美종전선언 '신중론'…연내 성사에 험로예고

美, 北에 사실상 핵시설 완전한 신고 등 추가 비핵화 조치 요구
北의 조기 종전선언 주장과 거리 먼 美…일각선 "中역할 유도해야"

연합뉴스

입력 2018-08-02 19: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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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일 서울 중구 정동 대사관저에서 부임후 처음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상당한 움직임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신중론'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확인됐다. 연내 종전선언을 성사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목표에 '미국 변수'가 더 부각되는 형국이다.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2일 연합뉴스를 포함한 국내 일부 매체와 부임 이후 처음 진행한 간담회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그는 종전선언의 조건에 대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더 많은 가시적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종전선언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기 전에 이뤄져야 할 입증 가능한 비핵화 움직임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그동안 취한 비핵화 관련 조치로 볼 수 있는 핵실험장 폐기, 미사일 실험장 해체 움직임 등은 '검증이 필요하다'며 종전선언과 맞교환할 만한 비핵화 조치로 볼 수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와 함께 북한의 완전한 핵시설 신고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근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흘러나오는 북한의 비핵화 리스트 요구와 맥락이 닿는 언급이라고 할 수 있다.

해리스 대사는 그에 더해 현재와 같은 북미 협상의 초기 단계에 종전선언과 같은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하는 데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이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포기로 비칠 수 있는 점, 종전선언 후 유엔군 사령부와 같은 정전체제 관리 기구의 해체 문제가 거론될 수 있는 점 등을 의식한 '신중론'으로 읽혔다.

해리스 대사는 자신의 '개인 견해'라는 전제로 이 같은 발언을 했지만, 신임 주한 미 대사가 민감한 시기에 주재국의 유력 언론매체들을 초청한 인터뷰에서 자국 정부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사견을 피력했을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결국, 해리스 대사의 입장대로라면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 간에는 간극이 크다는 것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협의 직후인 지난달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종전선언을 "조선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공고한 평화보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첫 공정인 동시에 조미 사이의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인 요소"라고 규정하고 나서 줄기차게 종전선언 조기 채택을 촉구하고 있다.

정리하면 미국은 완전한 핵시설 신고를 포함한 더 많은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해야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 북한은 거두절미하고 당장 종전선언이 이뤄져야 한다는 스탠스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북미 간의 인식 차이는 연내 종전선언을 목표로 전방위 외교를 펼치고 있는 우리 정부에 쉽지 않은 숙제를 던지고 있다. 우리 정부로선 가을로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을 8월로 당겨서라도 중재역을 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으나, 종전선언에 대한 북미 간 견해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리스 대사가 종전선언의 조건 중 하나로 거론한 핵시설 신고의 경우 북한이 영변 핵단지 바깥에 은밀하게 조성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는 문제와, 신고의 완전성에 대한 검증 문제가 결부될 수 있어서 북한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하게 여길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북핵 6자회담이 결국 북한의 핵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채 좌초했음을 상기할 때 북미 간의 긴 협상 초반부에서부터 고비가 조성된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4일) 참석 후, 미국과 핵개발 문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이란을 방문하기로 한 것은 미국에 선선히 양보하지 않겠다는 '마이웨이'식 외교 행보로 해석돼 주목된다.

당장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과거 북핵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들이 ARF 참석을 위해 모두 싱가포르에 모이는 기회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국, 북한의 입장 사이에서 절충점을 모색하는 '종전선언 중재외교'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종전선언 참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중국을 선언의 한 당사자로 받아들이되, 중국으로 하여금 대북 지렛대를 활용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미국은 핵신고와 검증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보이며 대북 제재망을 정비하고 있는데 북한은 미국의 비핵화 관련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하고서 "여기서 중국의 역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이 전향적인 비핵화 움직임을 보이려는 듯하다가 물러선 배경의 하나로 북중관계의 회복을 들 수 있다"며 "중국을 종전선언 참가국으로 받아들이되, 중국에 대북 지렛대 행사를 '입장료'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