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일라'를 아십니까?… 전쟁의 아픔 속 피어난 우정

이동근

발행일 2018-08-15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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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때 터키군인이 고아가 된
5살짜리 소녀를 만나 보살피다
헤어진뒤 60여년만에 재회하는 실화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명소로
'앙카라학교 공원' 재탄생하길 기대

이동근 수원시 학예연구사
이동근 수원시 학예연구사
최근 터키 영화 '아일라'가 개봉했다. 한국전쟁 당시 파병되었던 터키군인이 고아가 된 5살 어린 소녀를 만나 딸처럼 보살피다 헤어진 뒤 60여 년 만에 재회하게 되는 감동 실화이다. 터키를 우린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 한국전쟁에 우방국으로 참전했고, 한국에서 고아들을 보살피며 '앙카라 고아원'을 운영하며 우정을 나눴다. 바로 '아일라'의 감동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고아원이 운영되었던 수원시 서둔동이다. 서둔동 주민들과 고로(古老)들은 앙카라를 기억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한반도는 포탄 소리와 함께 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렸다. 우린 지금도 휴전 상태로 민족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은 세계를 놀라게 했고, 평화로 가는 길을 열기 시작했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분단을 극복해야 한다는 염원이 반영된 결과이다.

한국전쟁 당시 터키군 1개 대대가 현 농촌진흥청 안 우체국이 있었던 건물 내 주둔하였다. 당시 서둔동 일대는 전쟁을 피해 내려온 이북 출신의 피란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 속에는 피란길에 부모를 잃은 640여 명의 고아들이 있었고,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인근 가건물에 아무렇게나 살고 있었다. 이때 이곳에 주둔하고 있던 터키군은 자신들의 수도인 앙카라(Ankara)에서 이름을 딴 '앙카라고아원'을 전쟁 중이던 1952년 5월에 설립하였다. 터키군인들은 허기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한국 어린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가르쳤다. 이후 앙카라고아원은 터키군이 본국으로 돌아간 1966년까지 14년 동안 운영되었다.

이후 민족상잔의 비극을 고스란히 간직한 앙카라고아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이 될 뻔했다. 하지만 2006년 과거 고아원이 있던 자리(서둔동 45-9번지 일대)에는 고아원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건립 기념비가 세워졌고, 현재는 서호초등학교 앞 앙카라학교 공원으로 옮겨져 있다. 수원시가 한국전쟁 당시 터키군의 인도적 활동을 기리고 앞으로 터키와의 우호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앙카라학교 공원을 조성하여 기념비를 이곳으로 옮긴 것이다. 또한 수원시는 앙카라고아원이 있던 근처의 길을 '앙카라 길(Ankara-gil)'이라고 명예도로명을 부여하였다.

앙카라학교 공원은 지난 2013년 6월 25일 개장식을 가졌다. 공원 개장식에는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하여 나지 사르쉬바 주한터키대사, 시·도의원과 앙카라고아원 출신 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하였다. 특히 앙카라고아원 출신의 브라스 밴드 등이 축하공연을 해 행사의 의의를 더했다. 이날 앙카라고아원 출신들의 모임인 '형제회'가 앙카라학교 공원 개장식에 참가했는데, 소년·소녀에서 노인이 된 앙카라 형제회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오랜만의 만남에 60여 년 전의 사진을 돌려보면서 당시를 회상하였다. 이들은 사실 살아오면서 자식을 키우고 사회에 독립시키기까지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 사회적 인식도 곱지 않아 '고아'라는 모습을 숨기고 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고향이 되어버린 서둔동을 찾아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서글픈 사연들이 있었다.

터키에서 개봉하여 많은 이들에 감동을 주었던 '아일라'를 보면서 '앙카라 고아원'을 생각해 본다. 현재 서호초등학교 앞의 앙카라학교 공원은 전쟁의 참상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슬프고 힘들었던 시절을 기억하고, 우리를 도왔던 우방국들과 함께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곳이다. 또한 얼마 전 '앙카라 고아원'이 있던 서둔동의 자리에 옛 건물이 남아있음도 지난 기억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일라'를 보면서 지난 역사를 되새기고, 터키와의 우정을 기리며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명소로 '앙카라학교 공원'이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이동근 수원시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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