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서 찾는 고려 1100년의 흔적·10·(끝)]경기천년과 고려 개성(開城) 정도(定都) 천백년

대한민국 문화 원형에 '경기' 가 있다

김성환 기자

발행일 2018-08-07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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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여름날, 임진각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개성. /경기문화재연구원 제공

토풍·화풍 조화 속에서 다듬어진 고려 문화
새 천년 끌어가기 위해 축적된 것 정리하고
'개성특급시' 현재적 상황 받아들여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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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경기제도가 실시된 지 천년이 되는 해이다.

여기서 경기제(京畿制)는 지방행정제도라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이지만, 필자 생각은 그렇지 않다. 경기제는 수도 개경을 위시한 특별 범위에 속한 것이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방행정제도 안에서의 '경기도'와는 다르다.

《고려사》지리지에는 '왕경개성부(王京開城府)'라고 하여 다른 지방의 도(道)→주(州) 또는 군현과 달리 '왕경'과 '개성부'의 내용을 함께 서술하며, 경기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경기가 지방행정제도와 다른 성격의 위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려왕조는 황제국 체제를 기반으로 3~4개의 별도(別都)를 운영하는 다경제(多京制)에서 경기제도를 운영했다. 물론 그 중심은 국도(國都)인 개경(開京, 개성)의 경기제도에 있었다.

반면에 조선왕조는 도읍인 한성부(4대문 안)를 위한 경기제도를 운영했다. 당연히 고려왕조의 경기제도에는 국도인 개경이 포함되었지만, 조선왕조의 경기제도에서는 한양이 빠지게 되었다.

고려의 경기제가 단팥이 꽉 찬 빵이라면, 조선의 경기제는 도넛이었다. 서울(중심)이 빠진 주변 문화가 경기문화라는 잘못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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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여름날, 임진각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개성. /경기문화재연구원 제공

경기천년을 기념하는 것은 우리가 쉽게 착각하고 있는 '경기 정명(定名) 1000년'을 기념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경기문화가 천년의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축적의 소산임을 재인식하고, 미래의 방향을 다지기 위해서이다.

경기문화는 서울의 주변문화가 아니라 중심문화, 주류문화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고려는 918년 건국 이후 통일까지 18년이 필요했다. 936년 후삼국의 통일이다. 그리고 1018년, 해동천하의 고려경기문화를 이루어내는데 백년이 걸렸다.

고려문화는 토풍(土風, 國風)과 화풍(華風, 선진 문물)의 조화 속에서 다듬어졌다. 송나라·거란·여진을 넘어 아라비아까지 교류하여 코리아(Corea, Korea)를 세계에 알렸다.

그것은 고려사회의 특징 중 하나인 다원사회(多元社會, A plural society)로 귀결되었고, 포용성·역동성·다양성·개방성 등의 문화적인 특징으로 정리되었다. 1018년. 경기제도의 시행은 경기문화가 곧 고려문화임을 드러내는 문화사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런 결과들이 현재 대한민국문화의 원형이 되었고, 그 중심에 경기문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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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으로 군사분계선이 표시된 한반도 지도

우리 사회의 지향은 세계를 향한 보다 개방적인 다원사회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천년, 또는 천백년 동안 축적된 문화양상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천년문화를 끌어가기 위한 저력의 불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2019년은 고려가 개성에 도읍을 정한 지 천백년이 되는 해이다. 분단의 상흔으로 쓸쓸한 이미지의 개성에 머물러 있을 때가 아니다.

경기의 옛 영역으로서 개성이라는 우리의 우선적인 시각도 교정되어야 한다. 개성은 북한의 평양 다음의 두 번째 도시이고, 그 위치도 황해남북도와는 다른 개성특급시라는 현재적인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경기문화재연구원
그러면 거기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이 이루어져야 한껏 기대에 부풀어 '펑!'하고 터지지 않을 남북교류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경기천년의 올해(2018)에 이어 고려 개성 정도 천백년의 내년(2019)에는 이런 것부터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가운데 '경기(京畿)', '경기인(京畿人)'의 모습과 내용들은 자연스레 정리되고 진전될 것이다. 그것이 또 경기문화의 정체성을 찾고 가꾸는 작업임은 분명하다.

거기에는 다양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2019년, 고려 개성 정도(定都) 천백년은 그렇게 맞아야 한다.

/김성환 경기문화재단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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