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천 양키시장 보존방안 마련 서둘러야

경인일보

발행일 2018-08-07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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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역 북광장 인근의 '양키시장'(정식 명칭은 송현자유시장)이 사라지고 있다. 캔(CAN)과 화장품, 군복(軍服), 쌀과 반찬, 어물가게와 함께 순댓국 골목으로 영화를 누렸던 양키시장이 흔적조차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1930년대 조성된 인천 최고(最古)의 종합시장인 양키시장은 해방 후 미군이 들어오자, 당시 민초들은 전쟁의 폐허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건들을 팔았다. 아스피린, 비타민, 양담배, 스킨로션, 양주, 껌, 스타킹, 초콜릿 등이 주요 판매물품이었다. 일명 '쩨'였던 이 물품들은 불티나게 팔렸다. 그로 인해 양키시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없어서 못 팔 정도였으며, 1980년대까지도 돈깨나 있는 서울 사람들도 미제 물품을 구하려 이곳을 찾을 정도로 시장 골목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맨몸으로 피란 온 실향민들이 양키시장에서 장사하면서 인천에 정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요즘은 대형마트는 물론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 굳이 수입제품을 사러 양키시장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하루가 다르게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어들면서 도심 속 오지처럼 변해버렸다.

양키시장은 2007년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지구'에 포함돼 재개발사업이 계획돼 있지만, 10년 넘게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재개발사업 기대감에 근근이 장사를 이어가던 상인도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 처했다. 점포 74곳 중 20곳 정도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입구에는 '재난위험시설'(D등급) 안내표지판이 있다. 시장 바닥에는 천장에서 떨어져 나온 콘크리트 조각들이 나뒹굴고, 시장 곳곳에서는 상인들이 떨어지는 콘크리트 조각을 막으려고 점포 사이마다 장판 등을 받쳐놓고 있다. 나름 온전한 곳에선 골목마다 연탄을 땠던 흔적 등 사람이 살았던 오랜 자국만이 도드라진다.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이대로라면 재개발이 추진되기도 전에 시장이 아예 사라질 판이라는 게 상인들의 얘기다.

시장 상인들을 비롯해 지역 문화계에서도 양키시장의 모습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남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머니의 온기(추억)를 잃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장소가 됐다는 것이다. 시장 재개발과 관련해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인천시의 보존 방안이 속히 나와야 한다. 양키시장의 보존은 '인천 사람의 흔적'을 보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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