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년의 '늘찬문화']공공서비스 제공과 노동권의 균형점

손경년

발행일 2018-08-13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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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있는 삶' 구성하기 위해선
법 작동 공평하게 적용돼야 하고
근로자의 '노동권' 지킬 수 있도록
문화예술기관의 관리자는
균형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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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영국의 록밴드 '라디오헤드'는 2003년 새로운 앨범으로 '대통령 찬가(Hail to the Chief)'를 비꼰 표현으로 알려진 '도둑찬가(Hail to the Thief)'를 내놓는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의 하나인 '우리는 젊은 피를 빨아먹다(we suck young blood)'의 가사는 '배고프니? 아프니? 쉬고 싶어 죽겠지? 넌 달콤하니? 넌 신선하니? 손은 묶여있지? 우리는 젊은 피를 원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노랫말을 곰곰이 새기다 보면 지금의 우리들이 비록 스스로 직업을 선택했다고 여길지라도 과연 계약으로부터 자유롭고 얼마만큼의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하고 있는 일을 즐기고 있는지 질문하고 싶어진다. 라디오헤드의 노랫말처럼, 또는 "자본은 죽은 노동인데 이 죽은 노동은 흡혈귀처럼 노동자의 살아 있는 노동을 더 많이 흡수할수록 점점 더 활기를 띤다"고 말한 마르크스의 말처럼 우리는 '일이 즐거운 인생'이라기보다는 자각하지 못한 채 상품 소비를 위해 '즐거움을 저당 잡힌' 삶을 살아 온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워라밸(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이나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점차 많아지는 것을 보면 '뭔가 아닌 것 같다'는 문제의식과 새로운 삶의 양식에 대한 욕구는 분명 있는 것 같다.

2015년에 제정, 2016년 12월에 일부 개정된 뒤, 2017년 3월21일부터 시행된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과 국회의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018년 2월 28일 통과된 뒤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내용은 어쨌거나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 예컨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시행시기가 다르기는 하나 주 40시간의 기준근로시간과 최대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의 주 52시간 근로제의 도입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은 '여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켜 일과 여가의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국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총 17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 법에 의하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여가활성화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추진해야 하며, 국가와 지방정부는 조사 및 연구, 여가프로그램의 개발 및 보급, 여가정보의 수집 및 제공, 여가교육의 실시, 여가시설과 공간의 확충, 여가전문인력의 양성, 사회적 약자의 여가활동 지원 민간단체 등의 지원, 우수사례 발굴 및 시상, 여가산업의 육성 등에 대한 필요한 시책의 강구, 지원해야 한다.

법을 근거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5일 '국민여가활성화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국민들이 '여가를 통한 휴식 있는 삶을 기본권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잃어버린 삶의 시간을 회복'시키기 위해 제시된 기본계획에서는 여가참여 기반 구축, 여가 접근성 개선, 여가 생태계 확대 등을 기본 방향으로 8개의 추진 전략과 32개의 중점 과제를 담고 있다. 특히 2022년을 목표도달기준으로 여가참여율은 현재의 42.7%에서 55%로, 문화활동공간 이용률은 64.85%에서 70%로, 여가서비스 일자리 창출은 3만 6천 명에서 5만 6천 명으로 잡고 있다.

법의 이상과 현실과의 간격을 좁혀야 하는, 다시 말해 국민들의 '휴식 있는 삶'을 구성하기 위해 내용을 제공할 수 있는 대부분의 영역이 문화예술분야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바다. 그런데 이러한 목표치를 도달하려면 넘어서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하나 발생한다. 다시 말해 이제 출발한 기본권으로서의 여가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법의 작동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려면 국민이 요구하는 공적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가짐과 동시에 즐겁게 일하는 근로자로서의 '노동권'을 지켜야 하는 문화예술기관의 관리자는 이 둘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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