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대 양당의 뒤늦은 특활비 폐지 결정

경인일보

발행일 2018-08-14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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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경비를 말한다. 기밀을 요하기 때문에 영수증 처리 등 사용내역은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특활비는 검찰, 경찰은 물론 국가정보원, 정부 각 부처, 법원, 국회 등 국가기구 전반에 걸쳐 포진하고 있다. 국정원 특활비가 박근혜 정권 청와대에 상납되다시피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특활비는 쌈짓돈처럼 인식되는 돈으로서 용처에 맞게 쓰도록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국회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 특활비는 각 당의 대표, 상임위원장 등 국회 내 주요 직책을 맡은 사람에게 관행적으로 주어져 왔다. 국회 활동에 왜 기밀이 유지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으나 지출내역은 공개되지 않고 제2의 급여처럼 수령자나 국회의원들에게 분배되어 왔다. 여야가 개선책을 내놓았으나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특활비 내역 공개 등으로 소극적 입장을 보이다가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13일 특활비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앞서 특활비 폐지로 당론을 정한 바 있다.

특활비 문제가 제기됐을 때 민주당과 한국당이 소극적이었던 것은 결국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거대 양당이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을 포기하기 싫은 것 이외에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특히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국정원 특활비'는 적폐라고 하고, 국회 특활비에는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국회가 20대 의원들의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행태도 이해하기 어렵다. 항소 이유는 특활비 내역이 공개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이다. 법원은 국익을 해칠 수 있는데도 공개를 결정한 것이 된다. 이미 앞서 기간만 다르고 같은 내용의 소송에서 대법원은 공개를 결정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승산이 없음에도 국회가 항소를 결정한 것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과연 국회가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기구가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특활비 폐지로 당론을 바꾼 상황에서 국회가 소송을 벌이며 시간을 끄는 것은 사실상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거대양당이 특활비 폐지로 당론을 바꿨지만 정치개혁에 미온적인 행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거대정당이라도 언제든지 민심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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