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경제논리와 개혁의 실종

최창렬

발행일 2018-08-15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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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째 고용대란 지속 '경제 최악' 평가
'정부 소득주도' 혁신성장에 밀렸기 때문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면 교집합 만들어야
'진정성 있게 야당 설득'하는 정치가 필요

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지방선거가 끝나고 문재인 정부 2기가 들어선 이후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여야의 공수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는 박근혜 탄핵과 적폐청산의 연장에서 치러진 선거의 성격상 예견된 결과였다.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의 요구에 의해 탄생한 정권에게 우선 요구되었던 것은 적폐청산이었다. 이는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라는 시대적 당위와 맞닿아 있었다. 새 정권 출범 후 적폐수사는 지지율 고공행진의 원동력이었다.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또한 중대한 변화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보수 정권에서의 불법과 반헌법 행위에 대한 사법 단죄의 다른 한 편에는 당면한 경제악화와 일자리 문제 등의 민생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과제가 놓여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적폐청산과 남북 관계 개선은 부차적 문제로 전락하고 만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소득주도 성장은 혁신성장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7개월째 고용대란이 지속되고 있고, 설비투자와 각종 경제지표 악화에서 보듯이 경제는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체감경기는 더욱 심각하다. 재벌개혁이라는 정권의 목표는 대기업의 고용창출과 투자의 필요성 때문에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집권세력 내부도 분열의 조짐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친문경쟁구도 이지만, 권력의 속성상 권력 내부의 분화도 불가피하다.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재벌문제 등 해법의 차이로 집권당에 비판의 날을 세운다.

상황은 가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촉발된 자영업자와 노동자와의 갈등의 이면에 똬리 틀고 있는 기득권의 구조적이며 압도적 우세는 가려지고 있다. 보수진영과 보수야당은 선거 이후에 전열을 정비하고 민생을 고리로 총공세로 나오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 완화와 격차 해소 등 사회구조의 혁파를 지향했던 촛불혁명의 동력은 소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가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의 협공으로 식물정권이 된 전철을 상기해야 한다.

민생과 재벌개혁이 적대적이어서 안되고, 사회적 부조리와 부패의 해소가 경제악화의 주범일 수는 더욱 없다. 그러나 분명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사회경제적 개혁은 경기침체의 주범이고, 재벌개혁은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창출에 부정적이라는 '경제논리'는 한국사회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강고한 프레임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개혁적 프로그램을 가동조차 하지 못했다. 이륙도 하기 전에 활주로에서 적의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전폭기의 형국이다. 여소야대라는 정치공학 탓도 있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에 취하여 협치와 협력이라는 정치의 기술을 터득하지 못한 책임이 더 크다.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과 헌법유린에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참회록을 쓰지 않는 자유한국당은 비상대책위를 출범시키고 국가주의라는 프레임 전환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여전히 한국당은 심판의 대상일지 모르나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안겨준 것으로 유권자의 일차적 심판은 끝났다.

이제 모든 공격의 대상은 여권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개혁과 민생의 조화라는 고도의 정치기술과 철학이 필요하다. 경제악화는 개혁의 추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개혁의 실종에서 온다는 논리는 기득권의 강고한 반격과 민생의 악화가 맞물리면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항상 프레임 전쟁에서 패하는 역사의 데자뷰다.

일방으로 쏠려서는 안된다. 경제가 어렵다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휴지통으로 들어간다면 자영업자와 중산층 이하의 서민의 삶은 나아지는가. 각기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면 최소한의 교집합을 만들어 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역시 정치가 해결할 일이다. 이의 운용은 집권연합의 몫이다. 야당을 진정성 있게 설득한다면 상충하는 보수와 진보 논리의 최대공약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집권세력의 위기가 개혁의 실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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