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막바지 무더위

박상일

발행일 2018-08-16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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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넘도록 끔찍한 '폭염'과 '여름 가뭄'
찬바람 불면 '언제 그랬냐'는듯 잊지 말고
내년 예산에 대비책 충분히 반영하길
'닥치면 허둥대는 모습' 이제는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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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어젯밤에도 열대야와 전쟁을 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공기는 후텁지근하고, 집안은 온통 달궈져 벽이고 침대고 모두 뜨끈뜨끈하니 배겨낼 방법이 없다. 에어컨 바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틀어놓고 잘 엄두를 못 내다보니 밤마다 더위와의 싸움이다. 선풍기를 틀어놓고도 모자라 아이스팩을 천으로 둘둘 말아 끼고 있었지만, 결국은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아침을 맞았다. 또 하루 '극기훈련'을 한 기분이다.

이번 여름은 얼마나 더웠던지, 휴대폰 배터리가 다 부풀어 올랐다. 잘 되던 기능이 갑자기 안돼서 '왜 이러지?' 하고 휴대폰을 살펴보니 얇은 배터리가 배를 '불룩' 내밀고 있었다. 들어보니 여기저기 이런 '더위 먹은 배터리'가 많아서 배터리 주문도 갑자기 늘었고, 휴대폰이 고장이 났다며 AS센터를 찾은 고객도 많았다고 한다.

배터리뿐이랴. 달리던 값비싼 승용차에서 불이 났다는 얘기를 올여름처럼 많이 들었던 적도 없는 것 같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인 BMW는 아예 '긴급점검 미이행 차량 운행중지'라는 철퇴를 맞았다. 하도 불이 났다는 기사를 많이 봐서 차를 몰고 다니기가 겁이 날 지경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역시나 기록적인 더위가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많으니, 올여름 무더위가 남긴 또 하나의 '진기록'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 이제 그토록 지긋지긋했던 폭염의 끝이 보인다고 한다. 벌써 8월 중순을 지나고 있으니 무더위의 '피크'가 끝날 때도 됐다. 사실 아침에는 살살 찬바람이 돌기도 해서 조금은 숨통이 트이고 있는 중이다. 한 열흘쯤 있으면 언제 더웠냐는 듯 선선한 바람이 불 것이고, 한 달 넘게 이어졌던 기록적인 폭염에 대한 기억도 낙엽 지듯 가을바람에 지워질 터이다. 아마 그때쯤이면 다가올 추위가 더 걱정이 될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아무것도 잊지 않는다면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다고 한다. 그 많은 기억들을 고스란히 떠올리며 다닌다면 아마 '정신 나간 사람'처럼 될 것도 같다. 하지만 너무 빨리 너무 쉽게 잊는 것도 문제다.

올여름 그렇게 끔찍한 폭염을 겪으면서 "여름마다 폭염이 되풀이될 것이다. 폭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을 정말 수도 없이 했다. 폭염 같은 광범위한 자연 재해에 대한 대처라는 게 금방 '뚝딱'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미리미리 크게 대비를 해놔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걱정이다. 올여름 폭염이 딱 끝나는 순간, 정말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맣게 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작년 봄, 우리는 '수십 년 내 최악'이라는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그때 똑같이 말했다. "봄마다 가뭄이 되풀이될 것이다. 가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예상대로 올해도 가뭄이 극심하다. 봄 가뭄이 아니라 여름 가뭄으로 옮겨온 것이 다르지만, 한 달 넘게 목타는 가뭄이 이어져 저수지가 마르고 녹조가 번지고 있는 상황은 별다르지 않다. 이쯤에서 한번 묻고 싶다. 작년에 그토록 강조했던 가뭄 대책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실현이 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느냐고.

자연의 힘은 참 무시무시하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경제력을 갖고 있어도 자연재해를 온전히 막아내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막을 수 없다면 미리미리 대비하여 피해를 줄이는 것이 올바른 지혜다. 이제 가을이 오면 내년 살림을 짜는 '예산 시즌'이다. 부디 내년 예산에는 가뭄과 폭염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반영해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지나가면 까먹고 닥치면 허둥대는' 모습은 이제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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