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문화아지트·(1)수원 행궁동 동네서점 '브로콜리 숲']책과 공간이 만나 사람을 보는 곳… 나만의 문화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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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행궁동에 위치한 동네서점 '브로콜리 숲'을 운영하는 이경희, 박정민 대표.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20년지기 박정민·이경희 대표 의류업 접고 시작… 시·독립서적 등 공급·수요자 취향대로 꾸며
북콘서트·강연 등도 기획… 지역민들과 나혜석 소모임 계획 "할머니 될 때까지 운영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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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접하는 일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공연, 전시와 같은 전통적 개념의 문화예술의 문턱이 낮아지기도 했지만, 문화예술을 개념짓는 범주가 확장돼가면서 이제는 삶이 문화고, 예술인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근래 문화예술의 특징은 수요자의 변화가 눈에 띈다.



보는 것에 만족했던 수동형 관람객에서 직접 글을 쓰고 그리는 능동형 참여자들이 늘고 있다.

더불어 문화예술계도 그 변화에 공감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예술'하려는 시도를 하고 이를 위한 자발적 공간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기획은 공급과 수요 측면 모두의 '자발성'에 초점을 맞췄다. 예술성·지역성을 두루 갖추고 자발적으로 문화공간을 창출해낸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 동네에 숨겨진 '보석' 같은 문화아지트를 공유한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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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 옆 골목 안쪽에 위치한 동네서점 브로콜리 숲. 고즈넉한 정취와 함께 동네 문화아지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함께 한 세월만 20년이다. 직장 선후배로 만나 함께 사업을 했고, 훌쩍 떠나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기도 했다.

동네서점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함께 한 여행에서 떠올렸고 우연히 만난 수원의 행궁동 골목에서 그 꿈은 현실이 됐다.

수원 행궁동에 위치한 '브로콜리 숲'은 20년지기 박정민·이경희 대표가 운영하는 동네서점이다. 어릴 적 보았던 골목의 정취가 아직 살아있는 동네에 반해 터를 잡았다.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건물 앞 나무 의자에 '브로콜리 숲'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이 있고,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 서점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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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하던 의류사업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같이 여행을 하며 이런 공간을 만난 적이 있는데, 수원 행궁동의 골목을 보자마자 이곳이다 싶었어요. 마냥 좋았죠."

지난해 봄부터 수원 행궁동 골목에 책방을 준비하기 시작해 그 해 9월, 문을 열었다. 그동안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을 내려놓으려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항상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만 마주하다,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일은 어색했다. 그래도 그 과정을 거치며 얻은 것이 많다. 책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린 셈이다.

"책이 좋아서 시작했고 우리만의 공간을 제대로 꾸미고 싶어, 처음엔 책과 공간에만 집중했어요. 이젠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에 집중해요. 사람들은 작은 책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변화의 동기를 얻어요. 특히 수원의 젊은 친구들이 동네서점이 생긴 것을 기뻐했어요. 이 곳에서 인생을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책을 찾아요. 처음엔 미술이나 여행 관련 서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시, 독립서적 등 우리와 독자가 원하는 취향과 감성대로 배치하고 있어요."

브로콜리 숲은 그리 넓지 않다.

그래도 이 동네 문화사랑방 노릇은 톡톡히 해낸다. 비단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올려둔 책을 잠시 치우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요. 이 동네에서 활동하는 인디 가수 공연이나 작가를 초청한 북콘서트도 열었어요. 오픈 시간 전에는 '책쓰기' '드로잉클래스' '펠트' 같은 소모임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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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요즘은 두 대표의 머리 속에 동네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자꾸 떠오른다.

"의외로 사람들이 글을 쓰는 작업에 관심이 많고 문의도 많아요. 일상에서 상처받은 것이나 기억에 남기고 싶은 것을 직접 기록하는 형식인데, 이와 관련해 소모임이나 강연과 같은 기획행사를 시도하고 있어요. 또 이 곳이 '나혜석' 생가가 있는 곳이에요. 요즘 나혜석 공부를 하고 있고 서점 안에 나혜석 코너도 만들었어요. 지역사람들과 함께 나혜석을 공부하는 모임이나 관련 행사도 기획할 생각이에요."

그들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이 곳에서 브로콜리 숲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 했다. 우리도 수원 행궁동을 꾸준히 찾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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