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미의 나무이야기]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온 수호목 '팽나무'

조성미

발행일 2018-08-20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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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20m, 지름 1m까지 자라고
넓게 퍼진 가지에는 잔털이 있다
어린잎은 재 푼 물에 데쳐 무쳐먹어
목재는 단단해 건축·가구재 사용
통째로 파서 나룻배로 만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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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낮에는 폭염이, 밤에는 열대야로 끝이 보이지 않던 올여름 더위도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폭염의 기세는 좀 꺾여 수그러들기는 했으나 오늘부터는 기온이 다시 올라 여전히 더울 것으로 기상청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기상관측사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며 더워도 너무 더운 요즘 마을 어귀에서 시원한 그늘로 너른 품을 내주어 편히 쉴 수 있게 해주는 팽나무가 그리운 계절이다.

팽나무라는 이름은 열매 때문에 생겼다. 열매를 작은 대나무 대롱에 넣고 대나무 꼬챙이를 꽂아 공기의 압축을 이용해 탁 치면 팽하고 날아가는 것을 '팽총'이라 하는데 팽총의 총알인 '팽'이 열리는 나무라 하여 팽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역에 따라 달주나무, 매태나무, 평나무 등으로 조금씩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폭낭'이라고 부르며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여기는데, 마을 중앙에 버티고 선 팽나무는 그 아래 돌이나 시멘트로 평평하게 대를 만들어 휴식공간으로 이용했다. 영어로는 재패니즈 핵베리(Japanese hackberry), 슈거 베리(Sugar berry)로 부르며, 속명인 켈티스(Celtis)는 '단맛을 가진 열매'를 나타내는 라틴어에서 온 것이다. 실제로 팽나무의 잘 익은 열매는 달콤해서 먹을 게 없던 시절 배고픈 아이들의 좋은 간식거리였으며 새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한자로는 박수(朴樹), 박유(樸楡) 등으로 쓰는데 한의학에서 팽나무의 껍질을 강조한 이름이다.

팽나무는 느릅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한국, 중국과 일본에 분포하며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땅이 평탄하고 깊은 곳을 좋아하며 상당히 습한 곳에서도 잘 견디는데 특히 해풍에도 강한 편이다. 느티나무와 서식지가 겹치기도 하지만 팽나무는 정자목, 당산나무로 인가 근처 평지나 포구 등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산림청에서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팽나무는 1천300여 그루로 세 번째로 많은데 주로 전남과 경남, 제주에 있다.

천연기념물 400호인 경북 예천 금남리의 팽나무는 마을 어귀에 있지 않고 논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이 팽나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땅을 소유한 나무인데, 마을 사람들이 풍년제를 지내기 위해 쌀을 모아 공동재산을 마련하면서 훗날 재산다툼을 피하려고 이 당산나무 앞으로 등기를 냈다. 이 나무의 이름은 황목근(黃木根)으로 성이 황씨인 이유는 팽나무의 꽃이 황색이기 때문이며, 이름인 목근은 '근본 있는 나무'라 붙여진 것이다. 이 팽나무는 땅을 소유하고 있으니 세금도 내고 있다.

팽나무는 높이 20m, 지름 1m까지 자라고 가지가 넓게 퍼진다. 수피는 어릴 때는 회갈색을 띠지만 커갈수록 짙은 회색이 되며, 가지에 잔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는데 달걀형이나 긴 타원형이며 윗부분에만 톱니가 있다. 꽃은 5월에 새로 자란 가지 밑 부분에 우산모양 꽃차례로 달리는데 꽃잎도 없이 아주 작게 피므로 제대로 구경하기 힘들다. 10월에 등황색의 콩알만 한 열매가 달리는데, 기름을 짜 먹기도 한다. 어린잎은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는데 반드시 재를 푼 물에 데쳐서 우려내야 한다.

목재는 단단하여 잘 갈라지지 않으므로 건축재나 기구재로 썼다. 큰 나무를 통째로 파서 '마상이' 또는 '마상'이라고 하는 나룻배, 물을 대량으로 퍼 올릴 때 쓰는 용두레를 만드는데 이용했으며 도마의 재료로도 좋은 나무이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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