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채송화

권성훈

발행일 2018-08-2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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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이 호도독호독

내려쬐는 담머리에



한올기 채송화

발돋움하고 서서



드높은 하늘을 우러러

빨가장히 피었다.

조운(1900~?)


권성훈 교수(201807사진)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한 여름 양지바른 곳에서 피는 채송화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담벼락이나 산책로에 낮은 자세로 알록달록 수놓는 이 꽃은 볼수록 앙증맞으며, "불볕이 호도독호독" 지나가는 더위 "내려쬐는 담머리에" 고개를 내민 채송화를 눈높이에 맞춰보며 삐죽삐죽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이에 천진난만과 순진 그리고 가련함이라는 꽃말을 가진 채송화에 얽힌 페르시아 전설이 전해온다. 페르시아에 사치스러운 여왕이 있었는데, 이 여왕은 보석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백성들에게 세금도 보석으로 내라고 할 정도였다. 어느 날 한 노인이 수많은 보석이 담긴 12개의 상자를 가지고 여왕을 찾아와서, 이 보석 하나가 페르시아 백성 한 사람의 몫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왕은 상자 안의 보석을 모두 차지하기로 했고, 노인이 보석 하나를 줄 때마다 백성 한 사람씩 사라져 마지막 하나만 남게 된다. 이미 나라에는 백성이 한 명도 없었음에도 여왕은 망설임 없이 남은 보석을 가지려고 상자를 집어 드는 순간 보석과 상자가 터지면서 여왕도 함께 사라졌고, 보석들의 파편들이 떨어져 채송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채송화는 욕심의 굴레 속에 있는 우리에게 "드높은 하늘을 우러러" 살아갈 것을 "빨가장히" 전언하고 있는 줄 모른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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