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南北이산가족 상봉 풍경]"내 혈육 맞네" 감격 "벌써 가다니" 오열 "너무 늦었다" 통한

전상천 기자

발행일 2018-08-21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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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맛있게 드세요'
울다가, 웃다가…-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백성규 할아버지가 딸과 손녀들을 만나고 있다.(사진왼쪽부터) 남측 백민준(93) 할아버지가 며느리 리복덕(63)씨를 만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남측 김광호(80·왼쪽) 할아버지가 북측동생 김광일(78) 할아버지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남측 안종호(100) 할아버지가 북측 딸 안정순(70) 씨가 건네준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스통신취재단

경기 이시득·인천 임응복씨 눈물만
함성찬·이금섬씨 동생·아들 '해후'
내일까지 6차례 11시간 만남 기회

65년 만에 20일 금강산에서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해 전날 강원도 속초 강화리조트에 묵은 이산가족들은 북측 가족들과 재회할 생각에 설렘으로 아침을 맞았다.

'제21차 남북이산가족 상봉'에 참가하게 된 임응복(77·인천)씨는 형이 사망하면서 형수와 조카를 만나게 되는 기대감에 한숨도 잠을 청하지 못했다. 임 옹은 이번 상봉에 앞서서 "형님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디에 묻혔는지 등을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시득(95·경기)옹은 이날 아침 북측 조카들을 만날 기대감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된 뒤 경인일보와 만난 이 옹은 "통일이 되면 꼭 한번 고향에 가보고 싶네"라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는 금강산 길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 만나 "어제 잘 잤고 5시쯤 일어났다"면서 "아직은 기분이 어떤지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 옹은 지난 1985년부터 2015년까지 20차례 진행돼 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이제서야 북에 있는 가족과 만나게 됐다.

함경남도 북청군 출신인 그는 광복되던 1945년 8월 보름날, 남동생과 함께 남쪽으로 온 뒤에 현재까지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만나지 못해 아픔 가슴을 안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 옹은 최근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발된 뒤 북에 살고 있던 아버지와 새 어머니, 여동생 2명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어 이날 오후 3시께 금강산호텔에 마련된 남북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장에는 반백 년이 훌쩍 넘은 기간 헤어졌던 혈육을 만나 부둥켜안은 가족들의 오열로 채워졌다.

이 옹은 이날 오후 3시께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여동생 故리영금씨의 딸과 故리영화씨의 아들인 조카 2명을 만났다. 그는 조카들에게 줄 선물로 준비해 간 옷, 양말, 속옷, 초코파이 등을 전해주며 말없이 눈물만 흘렸을 뿐이다.

이번 상봉에서 그리워했던 오빠 대신 새언니와 조카를 만나는 정학순(81·경기)씨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한국전쟁 당시 장 씨의 오빠는 마을 청년들과 함께 소집되고, 남은 가족들은 피난길에 오르며 헤어지게 됐다.

정씨는 "전쟁 후 가족들을 찾아 혼자 빈집으로 돌아갔을 오빠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며 "오빠 얼굴이라도 보고싶었는데 이산상봉이 너무 늦었다"고 한탄했다.

남측 함성찬(99·경기) 할아버지도 북측에서 온 동생 함동찬(79) 할아버지를 보고 얼싸안고 기뻐하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전쟁통에 남편과 아들 리상철(71)씨와생이별을 했던 서울 사는 이금섬(92) 할머니도 상봉장에 도착해 아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오자마자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아들 상철 씨도 어머니를 부여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처럼 회한의 눈물을 흘렸던 남북 이산가족들의 첫 만남이 2시간 만에 종료됐다. 이날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 가족 등 197명은 20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가족 185명과 단체상봉을 진행했다.

이들은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북측 주최의 환영 만찬에서 다시 만나 옛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등 22일까지 2박 3일간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얼굴을 맞댈 기회를 가진다.

/전상천기자 juns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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