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이냐…빈손이냐… 폼페이오 네번째 방북길 관전포인트

北핵신고-美종전선언 빅딜여부, 새 대북특별대표 데뷔, 김정은 면담여부 주목
최상 시나리오로 흘러가면 2차 북미정상회담·9월 종전선언 탄력받을 듯

연합뉴스

입력 2018-08-24 16:30:30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18051001000746300034661.jpg
사진은 지난 5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한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다음 주 초로 확정됐다.

지난 6·12 정상회담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좀처럼 후속협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북미 양측이 평양을 무대로 '최고위급 담판'을 시도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이번 담판은 정상 차원의 '의지'로 추동되어온 북미대화의 판 자체가 깨지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사활적 협상의 무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워싱턴 내에서 북한 비핵화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한 와중에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초 3차 방북처럼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대북 강경론이 급대두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한반도 문제의 외교적 해결 동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현재의 핵활동을 중단하고 신고·검증을 허용하는 등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나서고 미국은 북한 체제보장의 첫 수순인 종전선언에 응하는 쪽으로 '빅딜'을 이룬다면 협상은 급격히 '선순환적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다음 달로 예상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은 물론 남북미 또는 남북미 중 종전선언이라는 일련의 '초대형 외교이벤트'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 북미 '핵신고'-'종전선언' 맞교환할까

최대 관전포인트는 그동안의 쟁점이었던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선후관계를 놓고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느냐이다.

미국은 북한이 현재의 핵활동을 중단하고 핵시설 리스트를 제출하는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에 나설 것을 요구해왔고, 이에 맞서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는 상징적 조치로서 '종전선언'에 응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동안 물밑에서 샅바싸움을 이어온 북미가 '폼페이오 4차 방북'에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접점을 도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물밑 실무협상에서 모종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찾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현재 워싱턴에서는 회의론이 우세한 편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23일(현지시간) '폼페이오가 진실의 순간에 맞닥뜨렸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폼페이오는 김정은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 고위관리가 "폼페이오는 갇혔다"며 "그는 현실과 사실이 아니라 대통령이 보고 싶어하는 것에 근거하고 있는 정책 추진의 '포로'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완전한 형태의 빅딜보다는 북한이 일부 핵 리스트만 먼저 신고하고 미국은 북한의 신고 과정을 지켜보면서 조건부로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식의 단계적 합의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북한의 비핵화 일정을 대략적으로 다룬 로드맵을 도출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 새 대북특별대표 비건 역할론 주목

2018082401001655700078071.jpg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23일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핵화 논의를 위해 "다음주에 북한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신임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이날 임명된 스티븐 비건 포드 부회장도 방북에 동행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4번째인 이번 방북의 구체적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협상을 진두지휘할 '포인트 맨'으로 현직 포드자동차 부회장인 스티븐 비건을 임명하고 이번 4차 평양방문길에 동행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비건은 북한 또는 북핵 관련 업무를 해본 적은 없는 인물이지만 미국-러시아 관계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고 대기업에서 해외대관 업무를 하면서 비즈니스 감각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건은 앞으로 지난 2월 은퇴한 한국계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에 이어 성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가 이끌던 대북협상의 바통을 넘겨받게 됐다. 전 세계를 상대로 외교활동을 펴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으로서는 비건에 협상의 전권을 넘겨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건의 임명은 미국이 대북협상팀의 '진용'을 새롭게 갖춤으로써 북한과의 '통 큰 담판'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북미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는 전략적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슈들이 쉽지 않고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험난할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이 그 시작을 열었으며, 북한 사람들의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기회를 활용해 이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시작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 목표를 재확인했다.

◇ 폼페이오, 이번엔 김정은 만날까

이번 방북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과연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 대면할 수 있느냐다.

올해 4월과 5월 1,2차 평양 방문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6·12 북미정상회담의 물꼬를 텄던 폼페이오 장관은 첫 고위급 후속협상 무대였던 지난달 세 번째 평양 방문에서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 머무는 동안 양강도 삼지연군의 건설 현장과 감자 농장을 시찰했다.

면담 무산에 폼페이오 장관은 동행한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원래부터 없었다"고 둘러댔으나, 워싱턴 조야에서 '빈손 방북'이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오기도 했다.

일단 내주 4차 방북에서도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없을 것이라고 국무부는 선을 그었다.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면담) 일정과 계획이 없다"며 "김 위원장과 만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무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폼페이오 장관이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또는 리수용 외무상과의 회담을 거쳐 김 위원장과 극적인 면담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2차 북미정상회담-종전선언으로 이어질까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가 성사될지도 관심거리다.

북한의 비핵화 실질조치 시작과 미국의 종전선언 지지를 맞바꾸는 식의 빅딜이 타결되거나 그에 준하는 소기의 성과라도 거둘 경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된다.

6·12 이후에도 '친서 외교'로 김 위원장과의 신뢰를 유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트위터를 통해 "곧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데 이어 2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추가 정상회담이 곧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답변,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 스캔들'과 '성추문 입막음' 의혹에 관한 수사로 곤경에 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핵 외교 성과로 이를 만회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여기에 응한다면 9월 유엔 총회를 전후해 두 정상이 미국 워싱턴DC나 뉴욕에서 만날 가능성이 커보인다. 유엔 총회에 앞서 시 주석, 문재인 대통령과 각각 만나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을 거쳐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종전선언을 하는 시나리오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