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꽃그늘에서

권성훈

발행일 2018-08-28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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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속으로 숨고

웃음 겉으로 피라



우거진 꽃송이 아래

조촐히 굴르는 산골 물소리……



바람 소리 곳고리 소리

어지러이 덧덮인 꽃잎새 꽃낭구



꽃다움 아래로

말없이 흐르는 물



아하 그것은

내 마음의 가장 큰 설움이러라



하잔한 두어 줄 글 이것이

어찌타 내 청춘의 모두가 되노

조지훈(1920~1968)

권성훈 교수(201807사진)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빛을 가린 물체 뒷면에 생긴 검은 그늘인 그림자(shadow)를 심리학에서는 은폐되고 억압되어 있는 또 하나의 인격체로 말한다. 이른바 '눈물은 속으로 숨고'있지만 겉으로는 '웃음'으로, '우거진 꽃송이 아래' 지나가는 '물소리'로, '꽃다움 아래로' '말없이 흐르는 물'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림자는 겉과 속의 이중성 또는 양면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꽃그늘'은 꽃의 그림자가 아니라 아무리 아름다운 꽃일지라도 그것에는 억압된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송이 꽃도 그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어지러이 덧덮인' 시간을 관통하며 왔는지, 구구절절 알 순 없지만 짐작할 뿐. 마치 당신 "마음의 가장 큰 설움"이 그러하듯, 그것을 '두어 줄 글'을 통해 전할 수 없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빛나는 만큼 빠르게 지나간 '청춘'을 보면 '꽃그늘' 드리워져 있지 않던가.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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