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화재 못 막는 '먹통' 스프링클러·(상)]5대 중 1대꼴 '무용지물'

불났다 하면 인명피해… '무늬만' 소방시설 있으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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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동구 남동산단 내 세일전자 4층 작업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데는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하지 않은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난 24일 세일전자 제2공장 작업장에서 근로자들이 서성이고 있다.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4년새 미작동률 12.4→16% 증가세
인천 2년간 20%대 전국 평균 상회
"오작동 우려 임의조치·고장 사례"
골든타임 필수불구 유지·관리 소홀

인천 남동구 남동산단 내 제조기업인 세일전자에서 발생한 화재로 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불이 시작한 세일전자 4층에 스프링클러 헤드 1천18개가 설치돼 있었지만 모두 먹통이었다. 불과 두 달 전 종합정밀점검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은 것들이었다. 세일전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스프링클러 미작동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소방·방재 전문가와 관련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경인일보는 세일전자 화재를 계기로 스프링클러 운용실태와 문제점,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보도한다. → 편집자주



스프링클러는 화재 초기 진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지만, 정작 불이 나도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인천은 5건 중 1건 꼴로 스프링클러가 먹통이었다.

한 번의 화재로 돌이킬 수 없는 재산·인명피해가 발생하는데, 스프링클러 미작동 비율이 최대 20%를 넘어선다는 뜻이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에서 난 화재(스프링클러 작동 여부와 관계없는 소규모 화재 제외) 중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했더라도 효과를 보지 못했던 화재는 지난 2013년 55건에서 2017년 99건으로 대폭 늘었다.

미작동 비율은 2013년 12.4%(441건 중 55건)에서 지난해 16.0%(618건 중 99건)로 증가세다.

인천지역의 스프링클러 미작동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49건 중 10건(20.4%)의 화재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앞서 2016년도 40건 중 8건의 스프링클러가 먹통이 돼 미작동 비율이 20.0%였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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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관계자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운영자가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 스프링클러를 작동하지 않도록 임의로 조치한 경우이거나 고장이 났을 때다. 물이 기준량과 비교해 충분히 분사되지 않아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화재의 초기 진압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 등에 자동 화재 감지·진압 장비인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세일전자의 스프링클러는 규정대로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가 화재피해를 줄일 수 있는 '골든타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작 유지·관리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가천대 최돈묵 교수(소방방재학과)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프링클러의 반응이 가장 빠르기 때문에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설비가 스프링클러"라며 "스프링클러 유지·관리와 관련해 진행되는 교육은 교육기간이 짧고, 이론 위주의 교육 중심으로 진행되는 등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우석대 공하성(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보다 스프링클러의 오작동 비율이 높다"며 "우리나라는 최대한 싼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고 하는 등 건물주가 화재와 관련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또 일부 건물주 등은 스프링클러의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설치한 스프링클러를 작동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운·김태양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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