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대신 '겁주기 소송'… 유족 두번 울리는 보험사

배재흥 기자

발행일 2018-08-30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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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사망남편 보험금 '미수령'
가족들 "고지 못받아" 문의 접수
현대라이프 '채무부존재' 訴 제기
유족 "단념 의도" 화해권고 요청

"보험금 청구했다고 대뜸 소송부터 제기하는 게 말이 됩니까?"

오산시 오산동에 사는 이모(62·여)씨는 지난 5월 교통사고를 당해 보험사인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이하 현대라이프)'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상담원으로부터 지난 2003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이 '피보험자'로 등록된 암보험 등 만기 보험 3개가 있다는 말을 듣게 된 것.

암으로 사망한 남편이 정작 암 관련 보험금을 받지 못한 이유를 따져보던 중 이씨는 지난 2002년 일터에서 다쳐 '재해장애'를 인정받아 받은 보험금에 암 관련 보장 부분이 포함됐다고 착각한 사실을 깨닫게 됐다.

최근까지 현대라이프 측으로부터 어떠한 내용도 고지받지 못한 이씨는 지금이라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고, 현대라이프는 우선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요청해 지난 6월 관련 서류를 모두 접수했다. 그러나 결과를 기다리던 이씨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현대라이프가 이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 15년이란 시간이 흐른 만큼 보험 청구권 시효가 핵심쟁점이기 때문에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다. 이씨가 당시 지급 받을 수 있던 보험금은 1억5천여만원이었다.

이씨와 가족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상법 상 보험청구권의 시효가 3년이란 사실을 알고 있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보험사 측에서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이씨는 "아직도 소장을 받았을 때 충격이 남아있다"며 "소송에서 지면 상대 변호사비도 물어줘야 한다는데, 이런 식으로 스스로 단념하게 만드는 게 보험사의 상술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현재 소송을 포기한 채 법원에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려달라는 답변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에 대해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보험사와 고객 간의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만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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