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울리지 않은 인천 사이렌

이진호

발행일 2018-09-03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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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대응 취약한 지하도상가·전통시장
市, 서울시 첨단장치 벤치마킹·예산 타령만
지능형시스템 구축비용 13억원인데 또 미뤄
간담회만 열심히하고 실천 안하면 소용있나

이진호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소리를 내는 경보장치인 '사이렌'은 1819년 프랑스의 C. C. 투르라는 발명가가 만들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신체의 반은 새이고, 반은 사람인 '사이렌'이라는 마녀가 아름다운 소리로 사람들을 유혹한 뒤 위험에 빠지게 한 데 착안해 그 이름을 따다 붙였다고 한다. 그 사이렌이 인천지역 화재 취약지역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낡고 오래된 시설물일수록 안전에 취약하게 마련이다. 다중이용시설 중에서도 화재에 취약한 곳이 지하도상가와 전통시장이다. 시설물 구조상 화재가 발생하면 대피하기도 불을 끄는데도 어려움이 많다. 결국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화재 발생 즉시 대응할 첨단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신속한 화재 대응에 취약하다고 지적받고 있는 지하도상가와 전통시장의 첨단 화재 예방 시스템 설치에 유난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평지하도상가만 해도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16만 명에 달한다. 부평을 포함한 인천지역 15개 지하도상가도 화재 대응에 취약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전통시장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지역 비상경보설비가 설치된 곳에서 81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이 중 34건(41.9%)이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6년에는 60건의 화재 중 33건(55%), 2015년에는 73건 중 44건(60.2%)에서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인천지역 비상경보설비 미작동 비율은 전국 통계와 비교했을 때 2배 가까이 높다고 한다.

박남춘 시장은 지난달 29일 '대형 화재 예방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안전교육을 총괄하는 전문 조직을 꾸려 체계적으로 시민 교육에 나서는 경기도나 서울시 등 타 지역 사례를 벤치마킹해 인천지역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들이 원론적이고, 탁상공론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 인천시가 서울시의 지능형 화재 대응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는데도 박남춘 시장이 주재한 간담회에서 "서울시나 경기도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좋은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얘기가 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웃지 못할 일이 돼버린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들은 인천지역 지하도상가 화재감지 시스템이 경보만 울리거나 화재경보등이 깜박이는 방식이라 불이 날 경우 이용객이 빠르게 대피하는 '화재 진압 골든타임'(5분) 확보가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의 첨단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렇게 하고서도 '예산' 타령만 하며 장기과제로 미루고 있다.

서울시는 아날로그식 화재감지기 오작동률이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모든 지하도상가와 전통시장 등에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화재 대응 시스템을 구축했다. 무선망(LTE)을 이용한 센서가 5초 이상 지속하는 열이나 연기를 감지하면 서울종합방재센터에 시장, 점포명 등을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전달된 정보는 소방서 등 관련 기관과 점포주에게 곧바로 전파되는 시스템이다. 유선망 CCTV를 통해 화재, 대피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관제할 수 있다.

인천시는 200억원 규모의 지하도상가 특별회계를 운용하고 있다. 인천지역 지하도상가 전체에 지능형 화재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비용은 약 13억원으로 추산된다. 내년이 아니라 당장 올 추경 예산에 반영해도 무리가 없는 액수이지만, 인천시는 여전히 다음으로 미루겠다고만 한다. 인천시는 대형 화재 해결 방안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적극적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시의 행태를 보면 간담회만 열심히 개최할 생각인 것 같다. 말로만 떠들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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