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쓸모 있는 사람

김수동

발행일 2018-09-05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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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 능력자들 '수두룩'
서로 도우며 성장 사회적 기여 확장
집단지성 살아있는 '신인류 50+'
고립되지 않고 선배로서 역할 중요
지금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닌 '신뢰'

수요광장 김수동2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우리 사무실은 공공(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지원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주해 있다. 입주해 계신 분들과 틈틈이 근황도 나누며 협력의 기회를 도모하기도 한다. 지난주 같은 사무실에 있는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분이 내게 물었다. "대표님은 앞으로 뭘 하고 싶으세요?" 나는 대답했다. "쓸모 있는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어요."

이제 더 이상 특별히 무엇을 이루거나 되겠다는 성취 욕구는 그리 강하지 않다. 대신 어떤 존재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자주 한다. 나에게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사회적 역할, 명함 없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많은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그 시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내 삶의 질을 좌우할 것이다. 우리의 부모세대, 노년의 꽤 긴 시간을 홀로 지내신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당신의 최대수명을 80으로 예상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덧 훌쩍 80을 넘어선지 오래다. 50대 초반이었던 5~6년 전 집에 놀러 오신 어머니 친구분의 목소리가 오래도록 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렇게 혼자 오래 살 줄 몰랐어…" 머리 쓰는 일보다는 몸이나 손으로 할 수 있는 일,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일을 찾아 나이 60이 되기 전에 시작해서 몸에 익히고 싶다. 나눔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라고 하고, 타임뱅크(비시장경제 영역에서의 봉사활동을 시간적 가치로 환산하여 이를 기록하고 저장, 교환함과 아울러 봉사자와 수혜자의 전통적인 역할 구분에서 벗어나 양자 간의 상호 호혜적인 봉사활동을 지향하는 운동)에서는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한다. 나도 나눔과 쓸모의 통로로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되는 존재로 살고 싶다. 그렇게 나이 들어 언젠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감사히 그 도움 받으며 이번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러나 그 '쓸모'도 결국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약한 연결의 힘을 믿으며, 새로이 느슨한 관계를 맺고, 기존의 느슨한 관계는 탄탄히 하고자 한다.

오늘 우리 공유사무실 대표님 한 분이 유명한 동네 맛집의 꽈배기를 한 박스 사 오셔서 함께 나눠 먹었다. 지난주에는 PC가 말썽을 부렸다. 갑자기 이미지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한때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였고 IT컨설턴트에 벤처기업 CEO 경력의 나다. 추정되는 원인에 따라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음에도 해결되지 않는다.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마침 비영리기관의 IT서비스를 지원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의 유능한 엔지니어가 내 옆을 지나간다. "저기요~" 급하게 그를 불러 세운다. 자리에 앉아 잠시 또닥또닥하더니 간단히 문제를 해결했다. 인터넷 브라우저에 깔린 확장 프로그램 문제라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대체할 앱까지 추천하여 교체를 했다. 역시 고수다. 이곳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에 걸쳐 능력자들이 많다. 연극배우, 영화제작자, 예술가, 메이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IT엔지니어, 홍보마케터, 컨설턴트, 작가, 마을활동가, 여행가, 변호사, 강사, 출판편집인에 이르기까지. 프리랜서 활동을 하는 분도 있고 대부분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단체 등 주로 비영리 또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우리 사회를 위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를 포함하여 상당수는 과거 치열하게 각자도생의 삶을 살았던 분들이다. 단절된 관계 속에서 서로가 경쟁하며 자신의 소유를 늘리고자 애써왔을 것이다. 그랬던 이들이 이곳에서 서로 어울리며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한다. 이렇게 형성된 관계를 토대로 서로 돕고 나누며 함께 성장하여 사회적 기여를 확장해 가고 있다. 무기력한 노인이 되기를 거부한 후기 청년, 선배 시민들이다.

고령화사회의 신인류 50+. 어쩌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50+, 여전히 젊고 건강하고 유능하며 냉철하고 날선 집단지성의 힘이 살아 있다. 이들이 고립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선배 시민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 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라 신뢰다. 오늘도 난 여전히 이분들께 얻어먹고 도움받으며 살고 있다.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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