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쇠붙이들의 '아우성'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8-09-04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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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두드림작은미술관, 정의지 작가 기획전
양은냄비·고철 등 모아 동물조형 생동감 전달

세상에 과연 쓸모없는 것이 있을까. 찌그러져 아무렇게나 버려진 양은냄비를 발견한 한 남자는 생각했다.

이 양은냄비도 버려지기 전에는 누군가의 '것'이었고 나름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고. 그렇게 찌그러진 양은냄비를 모아 '무엇'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술관이 없던 동두천에 문을 연 '두드림작은미술관'이 4번째 기획전시로 정의지 작가의 '퀘렌시아(Querencia)-당신의 안식을 위하여'를 연다. 정 작가는 버려진 양은냄비, 고철, 캔들 등을 모아 작품을 만드는 조형작가다.

전시는 '잠재기억'과 '부활' '가면' '안식처'라는 4가지 주제로 나눠 전시됐다.

특히 잠재기억 섹션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치매노인이 있는 요양원에서 미술치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작가의 영감을 담았는데 버려진 빈 캔과 그 곳의 노인들이 닮았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빈 캔을 압축해 자른 단면을 새롭게 조합해 노인들의 기억을 형상화했다.

그 기억 위로 도자기로 구워져 예쁘게 채색된 나비의 형상이 꽤 조화롭다. 이를 통해 작가는 캔 안에 내용물이 채워졌을 때와 비워졌을 때 달라지는 우리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Persona-Greater kudu 140 x 58 x 45 (cm)

그의 작품 대부분은 고철을 재조립해 동물로 형상화하는데, 그 모습이 생동감 넘쳐 살아 움직이는 듯 하다.

보잘 것 없는 고철덩어리라고 여기던 것들이 해체됐다 새롭게 재탄생해 보는 이에게 재미와 안식을 주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특히 '안식처'라는 뜻을 가진 이번 전시의 이름답게 그의 작품은 미술관 내부 뿐 아니라 미술관이 위치한 두드림패션지원센터 곳곳에 설치됐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에도 호랑이, 하마와 같은 동물형상의 조형물들이 설치돼 아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편하게 만져도 되고 올라타도 된다.

작가는 "어차피 한번 버려졌던 것들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만지고 타보기도 하면서 스스로 무언가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의 주제처럼 버려진 것들로 부터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는 전시가 될 것이다. 전시는 28일까지 계속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사진/두드림작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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