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인천, 악취와의 전쟁·(하)]주거지역 '악취 사각지대'

주거지역 악취 방지법 '無用'… 법·제도적 장치 마련 목소리

박경호·김태양 기자

발행일 2018-09-04 제8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산단 중심 짜인 정책은 적용 한계
'법적 기준치 강화'등 보완책 시급

인천지역 대규모 주거밀집지역에서 최근 집단 악취 민원이 들끓고 있지만, 주거지역은 법적·제도적으로 '악취 사각지대'다.

산업단지 등 악취 배출 사업장 중심으로 정책이 짜여있기 때문이다. 주거지역 악취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악취방지법은 악취 관련 민원이 1년 이상 지속하고, 악취배출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장 2곳 이상이 모여있는 지역을 지자체가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도록 한다.

인천에도 남동산단을 포함한 10곳의 악취관리지역이 지정돼 법에 따라 배출허용기준, 배출시설 설치 신고 등을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다.

인천 악취관리지역 대부분은 산업단지다. 하지만 최근 악취문제로 대규모 민원이 발생하는 지역은 송도국제도시, 도화동 뉴스테이 같은 주거밀집지역이다.

이들 주거지역은 악취관리지역도 악취관리지역 주변도 아니라서 악취방지법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올 2월 말 입주한 직후부터 '플라스틱 타는 냄새'에 시달리고 있는 도화동 뉴스테이는 악취 발생원이 인근 인천기계산업단지로 특정됐다.

인천시와 미추홀구가 인천기계산단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해당 산단은 이미 기준치 이하의 악취를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여러 물질이 뒤섞인 악취 측정의 기준은 '희석배수'다. 악취가 나는 공기에 깨끗한 공기를 냄새가 나지 않을 때까지 섞는 비율을 뜻한다.

도화동 뉴스테이 악취의 원인으로 지목된 업체는 희석배수가 법적 기준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뉴스테이 단지 내 악취도 희석배수 3배로 기준치 이하(15배 이하)다. 더군다나 주거지역 악취 측정은 참고사항일 뿐 법적 기준치 적용조차 받지 않는다.

이에 대해 황용우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법적 기준치는 수치화를 위한 기준치일 뿐 악취를 맡는 주민 입장에서 수치 차이는 털끝만큼도 차이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산발적인 악취가 지속하는 송도국제도시의 경우도 발생원조차 찾지 못했기 때문에 법적·제도적 테두리에서 조치할 게 없다. 인천시와 연수구가 자체적으로 발생원부터 찾는 데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도 주변에는 산단, 환경기초시설, 에너지 관련 대형 사업장 등이 몰려 있어 악취 원인을 특정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악취 민원을 담당하는 기초단체도 답답할 노릇이다.

인천의 한 기초단체 악취 민원 담당자는 "법은 있지만, 냄새는 계속 난다"며 "악취방지법상으로는 주거지역 민원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주민과 악취 배출 사업장 간 중재해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도 주거지역 악취문제를 해결할 정부와 국회 차원의 법적·제도적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현행 악취방지법은 2000년대 초반 안산·시화지역 공업지역 악취문제가 발생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 산단 중심의 법이 됐다"며 "산단 주변에 주거지역이 조성되고 있는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복합악취 기준치를 강화하고 악취 물질·농도 범위를 확대하는 등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김태양기자 pkhh@kyeongin.com

박경호·김태양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