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비무장지대 지뢰밭

윤인수

발행일 2018-09-06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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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는 완벽한 병사다. 쉼 없이 일하고 자리를 이탈하지 않으며 먹지 않고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의 전의를 상실시킨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공산당 크메르 루즈의 지도자이자 킬링필드의 도살자 폴 포트의 지뢰 예찬론이다. "지뢰는 가장 야만적인 무기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계속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다." 전 UN사무총장 코피 아난의 지뢰 저주론이다.

폴 포트의 말대로 지뢰는 전장에서 비용 대비 효율이 가장 높은 무기다. 직접적인 살상도 가능하지만,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도록 설계된 지뢰는 적에게 죽음보다 참혹한 공포를 자아낸다. 부상병 관리로 인한 적 전력의 약화도 지뢰의 전술적 효과다. 하지만 미국·베트남과의 전쟁과 내전을 치르는 동안 캄보디아에 깔린 600만발의 지뢰와 불발탄은 전쟁 이후에도 2만여명의 국민을 죽였다. 현재도 매년 100명 이상이 지뢰를 밟아 죽거나 절단장애를 당한다. 코피 아난의 말대로 전쟁은 끝났지만 지뢰의 저주는 남았다.

비정부기구인 대인지뢰금지국제캠페인의 '2016 대인지뢰 모니터' 보고서는 2015년 대인지뢰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가 6천461명으로, 전년보다 75%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우크라이나, 예멘 등 내전 및 분쟁국에서 크게 늘어났는데, 사상자의 3분의 1이 어린이였다.

1997년 조인된 '오타와협약'은 반영구적, 맹목적인 대인지뢰의 살상 공포를 종식하기 위한 국제조약이다. 모든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비축 지뢰의 전량 폐기와 매설 지뢰의 폐기를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북한은 협약 미가입국이다. 남북대치 상황에서 우리만 지뢰를 포기할 수 없는 안보환경과 비무장지대 매설 지뢰 제거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최근 육군측이 육군본부에 '지뢰제거작전센터' 설치를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과 관련한 남북공동사업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DMZ내 남측 지역이 여의도 면적의 40배로 군 공병인력만으로 지뢰를 제거하려면 200년이 걸리니, 지뢰제거 장비와 인력을 운영할 전담기구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남북이 100만개의 지뢰를 묻어놓은 DMZ지뢰밭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도래하면 남북교류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책을 세우는 것은 맞다. 하지만 남북이 공동으로 동시에 추진해야 효율도 높고 전력의 균형도 유지할 수 있다. 북한에 정식으로 제안해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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