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문화아지트·(3)이천 전통공연장 '공간 다락']논 한복판 내려앉은 기와지붕… 떠날 줄 모르는 우리네 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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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다락은 전통 기왓장이 올려진 퓨전 한옥건물이다. 2층엔 카페, 1층엔 80석 규모의 소공연장이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박연하 대표, 설자리 잃은 지역예술가들 절박함으로 만들어
거북놀이 보존회 중심 국악 명인·힙합 등 매달 무대 이어가
2층 카페·야외마당, 관객·주민들과 교류 '사랑방' 자리매김

영화 '왕의 남자'의 광대 장생이 허공 위 매달린 줄을 뛰어오르며 내뱉었다.

"징한 놈의 이 세상 한판 신나게 놀고 가면 그 뿐." 모진 핍박 속에서 장생과 공길은 다시 태어나도 광대가 되겠다고 했다.

천하다 하대받아도 세상 모든 곳이 무대였고 무대 위에서는 왕과 거지가 구분없이 자유롭게 놀 수 있었고 그 무대를 보며 구름같이 모여들어 환호하는 관객이 있었을테니. 지금과 비교해보면, 장생과 공길이 예능을 펼치던 그때가 낫지 않았을까.



서두가 길었던 것은, 우리가 3번째로 만난 문화아지트가 조금 특별해서다. 이천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밥상'집을 지나면 여름내 무럭무럭 자란 푸른 논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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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가운데 기와지붕이 내려앉은 2층 건물, '공간 다락'이 보인다.

박연하 대표는 이천에서 '연예'를 하는 사람이다. 사회적 기업인 공간다락은 박 대표와 같이 이천 지역에서 사물놀이, 판소리 등 전통 공연을 하는 이들이 합심해 만들었다.

"지역에서 전통공연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해서 시작했어요. 이천 시내에 공간을 알아봤는데, 월세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민했죠. 결국 외진 곳이더라도 우리가 직접 공연장을 짓자는 결론을 냈죠."

최소한의 수익을 내기 위해 2층 공간을 카페로 운영하고 있지만, 1층에 꽤 큼지막한 공연장이 공간 다락의 본래 목적이다. 어찌보면 공간 다락은 이천 예능인들의 절박함이 만든 공간이다.

공연장에서는 다달이 공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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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거북놀이 보존회 회원들이 중심이 돼 매달 상설공연을 펼친다. 80석 규모의 소공연장이지만, 무대는 꽤 넓다. 흥겨운 우리 가락과 신명나는 춤사위를 제대로 보여주려면, 무대만큼은 욕심을 버릴 수 없다.

"수십명이 나와 풍물놀이도 하고, 상모도 돌리고 하니 무대가 클 수밖에 없어요. 무대와 관객 과의 거리도 가깝고요. 관객과 공연자의 교감이 소공연장의 매력이니까요."

공간 다락은 열린 공간이다. 지역축제 외에는 관객을 만날 무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무대가 필요한 예능인들에게 활짝 열려있다.

전통공연을 위주로 진행하지만, 힙합 공연이 열리기도 했고, '소향'처럼 유명한 대중가수가 공연을 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내로라하는 국악명인과 그 제자들이 함께 서는 '사제동행'을 기획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알찬 구성의 무대를 만들면서도 공간 다락의 공연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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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공간다락 대표 박연하씨.

"아직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는 것이 낯선 지역이에요. 공연장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 공연장을 찾아 공연을 보는 것이라도 만족합니다. 그래도 올해부터 '감동후불제' 제도를 통해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관람료를 내기도 하고, 후원금을 모금하기도 해요. 그 덕분에 공연장에 의자를 놓았습니다."

2층에 올라가면 카페에 들어서기 전 탁 트인 야외 공간이 자리했다.

이 곳에서 공연을 본 주민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뒤풀이를 하기도 하고, 함께 축구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

"한번은 주민들이 공연이 좋았다며 술 10박스를 가지고 와 함께 즐겁게 마시고 놀았던 적도 있어요. 8월에는 환갑을 맞은 이천 거북놀이 보존회 회원의 공연도 열었어요. 솔직히 금전적으로 힘에 부치긴 해도, 지나가다가 생각나서 들르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돼가는 것 같아 참 좋습니다."

"두말없이 광대지."

공길의 마지막 대사처럼 공간 다락도 우리 곁에 그리 남았으면 한다.  그래서 무대 위 마주앉은 관객의 따뜻한 박수가 필요하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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