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 안전불감증에 경종울린 유치원 붕괴사고

경인일보

발행일 2018-09-10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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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4층 건물 기울어짐 사고는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탓이라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감독관청인 동작구청 관계자는 "최근 내린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진 탓"이라 언급했으나 모 전문가는 "맑은 날에만 공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비 탓만 할 수 있느냐. 폭우가 촉매가 되긴 했어도 근본원인은 '부실 흙막이' 탓이라며 지난달 31일에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대형 싱크홀 사고와 판박이로 진단했다. 편마암지대를 고려하지 않은 옹벽이 화근이라는 것이다.

상도동 공사현장 인근 주민들은 '예견된 인재'로 판단했다. 이전부터 안전관련 민원이 제기되었지만 제대로 조치를 안 해 발생한 재난이라는 것이다. 상도유치원 측은 지난 3월부터 "인근 다세대주택 공사 이후 유치원 바닥에 30~40㎜ 크기의 균열이 생겼다"며 수차례 동작구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유치원 측은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가 작성한 "공사현장 지반은 편마암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부에 단층들이 있고 그 단층 사이에 미끄러운 점토가 많아 지질이 취약하다"며 보다 정밀한 진단을 요구하는 내용의 자문의견서까지 첨부했었다. 인근 주민들 또한 주택공사 현장이 유치원과 너무 가깝다며 수차례 우려를 전달했으나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심지어 지난 5월 상도유치원 대책회의에서 동작구청 관계자의 "우기 때 안전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언급까지 불거졌다. 더욱 딱한 것은 옹벽 붕괴사고 전날 구청은 유치원 건물 기울어짐 현상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8일 국토교통위원회 홍철호 국회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발생 전날인 5일에 유치원측에서 건물 이상 상태를 동작구 건축과에 문서로 알린 것이다. 또한 5일 상도유치원과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시공사, 안전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공사안전 대책회의에 동작구청은 불참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시공사들의 원칙을 무시한 천민주의 경영 등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후진국형 재난사고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묵과할 수 없다"며 목청을 높이나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앞으로가 더 큰 고민이다. 기상변화로 향후에는 금년과 같은 긴 가뭄 후의 폭우가 빈발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500명의 목숨을 앗아간 1995년의 삼풍백화점 대참사가 떠올라 모골이 송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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