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페달 밟는 '재계 저승사자'… 개혁 체감도 높인다

공정위 기업집단국 신설 1년…옛 조사국에서 '진화'
김상조 "국민 체감할 정도로 재벌개혁 가시화할 것"

연합뉴스

입력 2018-09-10 09: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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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에는 '경제검찰'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주요 기업을 상대로 직권 조사를 벌이고, 1심 역할을 하는 공정위 전원회의에 사건을 상정하는 행정 절차와 그 효과가 검찰의 압수수색·기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오는 22일 신설 1주년을 맞이하는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검찰의 옛 중앙수사부와 비견할 수 있다.

풍부한 조직·자금력과 대형 법무법인의 법률 조언 등으로 법망의 허점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재벌을 제지하는 기업집단국의 역할을 보면 그렇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기업집단국을 중심으로 재벌개혁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 2005년 사라진 조사국, 2017년 기업집단국으로 부활

과거 공정위에 기업집단국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조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조사국'은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었다.

조사국은 1992년 조사 1∼3과 50여명 정예인력을 갖춘 조직으로 설치돼 주요 재벌그룹의 부당 내부거래를 조사했다.

50대 그룹까지 주기적으로 내부거래 조사를 벌이며 재벌의 일탈 행위에 고삐를 죄는 역할을 했다.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칭도 이때 생긴 것이다.

그러나 직권 조사가 과도하다는 재계의 반발로 2003년 미리 조사 사실을 알리는 '조사예고제'가 도입돼 뒷걸음질 치다가 2005년 조직 개편으로 조사국은 공정위 직제에서 사라졌다.

각 기능이 분산되면서 대기업의 부당 거래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지적되며 조사국 부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도 부활 논의가 있었지만, 정부 안팎의 반대로 흐지부지됐다.

이후 경제민주화를 국정과제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작년 5월 들어서고서 부활 논의는 다시 급물살을 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후보자 시절인 작년 5월 18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집단국 신설을 공식화하며 "이제는 조사국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기업집단국으로 부르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집단국 신설이 조사국의 부활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후 기업집단국 설치 작업은 차근차근 진행돼 작년 9월 22일 신봉삼 당시 시장감시국장을 초대 국장으로 출범했다.

기업집단과에 더해 지주회사과, 공시점검과, 내부거래감시과, 부당지원감시과가 신설됐다. 총 정원 54명 규모의 매머드급 조직이었다.

◇ '부활' 아닌 '진화'…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 전반 아울러

신생 기업집단국은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을 수립·추진하고 총수일가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등 법 위반 행위를 엄정히 조사하고 제재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

조사국의 '부활'이라고는 하지만, 과거처럼 단순히 조사해 제재하는 수준이 아니라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 전반을 아우르도록 기능이 확대되며 '진화'한 것이다.

1년간 활동 결과 기업집단국은 사건 19건을 처리해 과징금 총 396억9천만원을 부과했다.

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에 형사 고발 조치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 LS 총수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하이트진로 총수 2세인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 효성 조현준 회장 등을 포함해 총 13명을 고발해 검찰로 보냈다.

올해에만 삼성·SK·한화·한진 등 주요 대기업 8곳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포착해 조사에 착수했다.

깐깐한 법 집행 탓에 재계에서는 기업을 옥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기업집단국의 무기가 이러한 '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업집단국은 동시에 대기업 전문 경영인과 만나는 자리를 두 차례 만들어 소통했고, 대기업집단의 현재 모습을 알 수 있도록 현황 조사결과를 잇따라 발표해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포지티브 캠페인 전략을 폈다.

아울러 법률과 현실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시·시행령 개정,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마련 등에도 힘을 썼다.

'엄정한 법집행·포지티브 캠페인·제도개선' 등 3단계로 김상조호(號) 재벌개혁 작업의 첨병 역할을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기업집단국을 통해 사건 제재 강도가 훨씬 강해졌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동시에 충실한 현황 전수조사를 통해 법제도 개선의 합리성을 갖추는 데 기여한 성과도 막대하다"고 평가했다.

◇ 가속 페달 밟는 기업집단국…김상조 "재벌개혁 체감도 높인다"

기업집단국은 재벌개혁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 경험을 공유해 시스템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통상 부당 내부거래 사건은 연관된 계열사들이 많고 수법이 복잡해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수천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시장분석을 통해 혐의를 포착하기도 쉽지 않고, 법원에서도 엄격한 부당성 입증 책임을 공정위에 요구하기 때문에 조사가 끝나고 위원회에 상정되는 데만 2∼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각 부서에 분산된 업무가 기업집단국이라는 한 지붕 아래 모두 모여 효율성과 전문성이 높아지면서 처리 속도도 대폭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은 "부당 내부거래는 점차 복잡해지기 때문에 (적발을 위해서는) 전문성이 핵심"이라며 "실전을 통해 축적한 전문성을 자료집이나 기업집단포털시스템 구축 등으로 축적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또 "기업집단국 조직 절반이 신규 충원됐기에 전문성이 어느 순간 갑자기 올라갈 수는 없다"며 "외부 전문가와의 네트워킹을 강화해 자문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조 위원장은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기업집단국을 통한 재벌개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재벌개혁을 가속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궁극적으로 재벌개혁을 통해 대기업이 국민 모두의 소중한 자산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