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수불승화: 물이 불을 이기지 못한다

철산 최정준

발행일 2018-09-13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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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지닌 도덕적 가치의 우위와 현실적 능력의 우위는 일치하지 않는다. 도덕적 명분과 현실적 능력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하고 갈등하지 않기도 한다. 맹자는 인간은 누구나 양심이 있기 때문에 선악을 구분하고 실천할 수 있는 도덕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이른바 양지양능(良知良能)의 이론이다. 그러나 이건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서로가 목숨을 놓고 싸우는 전쟁에서는 이기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에 선악은 저 아래 묻히기 마련이다. 중국의 전국시대는 어찌 보면 약육강식의 전쟁의 시절이었는데 맹자는 이런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도덕적 판단과 실천을 잃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였다. 세상에서 도덕적으로 정당함이 부당함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은 비일비재인데 일관성 있게 도덕적 주장을 하려니 도덕과 힘을 대비시켰다. 그래서 『맹자』를 읽다 보면 그런 대비를 자주 보게 된다. 그중 하나의 대비가 물과 불로 나타났다. 물로 불을 끄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원리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원리가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사람들은 '물이 불을 이기지 못한다'고 푸념한다. 다시 말해 양심적인 사람이 비양심적인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푸념한 것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자주 푸념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맹자는 다음과 같이 변명한다. "어짊이 어질지 못함을 이기는 것은 마치 물이 불을 이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한 잔의 물을 가지고는 한 수레 가득한 나무에 붙은 불을 끄려 하다가 꺼지지 않으면 물이 불을 이기지 못한다고 푸념한다." 맹자에 의하면 여전히 물이 불을 이기는 성질은 변함이 없다. 다만 그 당연한 성질을 사람들이 현실에 구현하지 못해 벌어지는 것뿐이다. 하지만 맹자 말을 뒤집어보면 인간들이 대체로 양심을 회복하는 힘이 강해지지 못하면 불이 물을 이기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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