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안녕, 미누'

외국인노동자를 대하는 우리, 그 불편한 진실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8-09-13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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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미누 스틸사진

노동활동가 네팔남성 '강제출국' 7년후
변하지않은 한국적 다문화 강요 꼬집어
평화·번영 맞을 준비 됐는지 질문 던져


현실이 가장 비현실적인 순간이 있다. 차라리 '픽션'이라면 마음이 편할텐데, 논픽션이 주는 씁쓸한 뒷맛을 도저히 감출 도리가 없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DMZ국제다큐영화제가 영화제 얼굴로 선택한 개막작 '안녕, 미누'를 보고 난 직후 떠오른 감상이다.

'감상'이라며 감상적으로 표현하기엔 1시간 3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가혹하다.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다가온다며 들뜬 요즘, 정말 요샛말로 '현타(현실자각타임의 준말)'가 제대로 왔다. 안녕 미누는 네팔인이지만 한국에서 외국인노동자이자 노동활동가였던 '미누'의 이야기다.

1992년 한국에 입국해 2009년 강제출국될 때까지 그는 17년을 한국에서 살았다. 영화는 강제출국된 지 7년이 지난 미누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아직도 한국적 다문화를 강요하는 과거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한국의 현실을 꼬집는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의 문법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담담하게,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묻어난다.

일부러 극적인 장면이나 신파를 집어넣지 않아도, 한국 정부와 사회가 던지는 현실만 가감없이 담아내면 충분히 자극적인 드라마가 될 것이란 감독의 확신이 있었던 듯하다.

DMZ
/DMZ국제다큐영화제 제공

그 확신은 현실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성실하게 살던 어느 날, 별안간 동네에 울려퍼진 사이렌 소리와 '불법체류자를 목격하면 신고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을 때, 강제출국 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한국에 오기 위해 그가 거쳐야 했던 지난한 과정을 보았을 때, 그와 동료들이 느꼈을 공포와 무력감을 우리는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특히 영화를 감상하며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대사'다. 각본 없이 '리얼'하게 내뱉는 다큐영화의 대사는 그것이 곧 현실임을 자각하게 한다.

특히 이 영화 속에서 가슴 한 가운데 내리꽂는 듯 날카롭게 파고드는 대사는 100만여 명이 넘는 외국인과 같은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심각한 자기성찰을 요구한다.

올해는 유난히 DMZ의 의미가 남다르다. 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 다시는 함께 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남과 북이 진정성있게 두 손을 맞잡았다. DMZ도 중간지대를 넘어 평화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게 한반도 전역이 꿈틀대고 있는데, 과연 우리가 평화와 번영의 사회를 맞을 준비가 됐는지 이 작품은 되묻고 있다.

미누가 떠난 2009년에서 한 발도 더 나아가지 못한 현실을 바라보며, 우리 안에 똬리 튼 배타성과 혐오가 '같은 생김새'에는 눈을 감을 수 있을까.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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