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행복한 동행┃동호회 전성시대, 대자연이 품은 보물찾기… 약초와 사랑에 빠지다

김우성 기자

발행일 2018-10-05 제11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18091401000838900041034


구름을 뚫고 나오니 청명한 가을이 온몸으로 빨려 들어온다.

능선을 가로지르니 숲 속 성찬이 눈앞에 펼쳐진다. 혼자만의 별천지를 누리며 자연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이 있다.

워라밸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패러글라이딩과 산약초 채취라는 취미를 공유하며 수십 년째 동행하는 사람들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자연을 충분히 공부하고, 자연 앞에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이 현대인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 /편집자주


0001
송산·김풍기·조승국·김장환·여조복씨가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대관령 고지를 감상하고 있다(왼쪽부터).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777.jpg



#약초를 찾는 사람들 

 

약초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해서 흰 턱수염에 개량한복 정도의 차림을 예상했는데 말끔한 등산객들이 차에서 내렸다.

최소 10년 넘게 산간과 도서 오지를 함께 누벼온 약초채취 동호인들은 지난달 8일 동이 트기도 전에 이천시종합운동장에 집결했다.

 

수원·서울등 사는곳·일터 다르지만
자연이 좋아서 전국 방방곡곡 누벼
산자락 훑다보면 전신운동 '저절로'


이천에서 축산물가공유통업을 경영하는 조승국(45·닉네임 이천마니)씨와 송산(57)·여조복(53)·김장환(49)·김풍기(42)씨가 이날의 멤버였다.

수원, 남양주, 서울 등지에서 모인 이들의 직업은 회사원과 사업가 등 각양각색이었다. 행선지인 대관령에 진입해 구불구불 깊은 산길을 한참 달리니 윈도 배경화면에서나 봤던 해발 1천200고지 초원이 펼쳐졌다.

0001

출발할 때는 서둘렀지만, 도착해서는 다들 여유 있게 절경을 즐겼다. 한 멤버가 먼발치의 대형 풍력발전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어떤 날은 구름이 내 발밑에 있어"라고 속삭였다.

무전기와 각반(발목보호대) 등 채비를 갖춘 멤버들이 일제히 산을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사방으로 흩어졌다.

리더인 조씨가 "근처에서 잎새와 능이가 나온 적이 있다"고 말한 지 5분이 안돼 1㎏에 20만 원을 호가하는 잎새버섯이 발견됐다.

일반인들은 보고도 몰라서 지나칠 지점에 노출돼 있었다. 턱밑까지 숨이 차오른 기자에게 조씨가 "버섯을 봤느냐"고 물었다.

못 봤다고 하자 뒤를 한번 돌아보라고 했다.

천천히 살피니 줄잡아 5~6종의 버섯이 땅과 나무에 붙어있었다. 조씨는 "잡버섯까지 너무 알려고 하면 안 된다"며 "그날 목표로 삼은 버섯만 보려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약초는 도감을 외운다고 해서 눈에 잘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 수분과 통풍과 햇빛이 적당한 곳이어야 하고, 민감한 기후 변화를 읽어야 한다. 단단한 땅과 푹신한 땅 등 자생특성도 알아야 한다.


동호회-산약초 캐는 사람들

산에서는 흙과 바위, 나무와 숲 전체를 입체적으로 관찰하며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지그재그로 산을 훑으면서 한번에 10~15㎞를 뛰어다닌다.

쓸만한 약초를 얻지 못하는 날도 많다. 약초가 없을 거라 뻔히 예상되는 날에도 산으로 향한다.

조씨는 "스트레스받는 순간 그건 취미가 아니다"라며 "우리의 진짜 목적은 전신운동이다. 욕심 채우려는 사람들은 결국 다 떠났고, 지금은 남은 회원 40여 명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긴다"고 소개했다.

하산 후 김풍기씨는 "일본인 아내가 처음에는 날 이상한 사람 보듯 하더니 일본에서는 귀한 자연산 송이를 처가에 선물하고부터 오히려 산행을 부추긴다"고 귀띔해 좌중을 웃겼다.

휘파람과 노래를 입에 달고 능선을 타는 이들은 산약초 캐는 과정을 '보물찾기'라고 표현했다.

그 보물이 꼭 수확물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김우성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