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행복한 동행┃동호회 전성시대, 바람에 몸 맡긴 인간 새… 그들처럼 '구름위 산책'

황성규 기자

발행일 2018-10-05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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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 착지하는 순간, 1%의 안도감과 99%의 진한 여운이 밀려온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구름을 뚫고 나오니 청명한 가을이 온몸으로 빨려 들어온다.

능선을 가로지르니 숲 속 성찬이 눈앞에 펼쳐진다. 혼자만의 별천지를 누리며 자연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이 있다.

워라밸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패러글라이딩과 산약초 채취라는 취미를 공유하며 수십 년째 동행하는 사람들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자연을 충분히 공부하고, 자연 앞에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이 현대인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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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사람들
 

초가을 하늘빛이 선명했던 지난달 9일, 패러글라이딩 동호인 기모(41)씨와 함께 양평군 유명산 아래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을 찾았다.  

 

이른 아침부터 미래항공스포츠클럽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었다. 이들은 패러글라이딩이 계절마다, 또 365일 각각의 기상 상황마다 하루하루 다른 묘미가 있다고 말한다.

초보자의 경우 전문가와 함께 하는 15~30분의 체험코스가 전부지만, 4주 교육을 받고 나면 혼자 비행할 수 있고 숙련되면 5~6시간도 가능하다고 했다. 바람이 좋은 날엔 용인에서 속초까지도 갈 수 있다는 게 동호인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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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낙하산으로 활공하는 패러글라이딩

나홀로 무동력 비행 매력 스릴 만점
회원 40여명 "삶의 활력소" 입 모아
 

 

지리산 구름 속에서 무릉도원을 경험한 적도 있다는 기씨는 "이처럼 강렬한 행복감을 안기는 취미활동은 패러글라이딩뿐"이라며 지금도 주말만 되면 뛰어내릴(?) 곳을 찾아다닌다.

이들이 이토록 패러글라이딩에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해 직접 타보기로 했다.

트럭에 장비를 싣고 동호인들과 함께 산 정상으로 출발했다. 심하게 요동치는 비포장 산비탈을 올라가는 게 힘들 법도 했지만 동승자들의 만면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가득했다.

이들은 패러글라이딩의 평균 속도가 55㎞/h 정도지만, 바람을 등지면 90㎞/h까지도 나온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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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성 동호인 중 자신이 최고령일 것이라고 소개한 김모(63)씨는 "도움닫기 후 '부웅'하고 뜰 때의 짜릿함 때문에 이걸 놓지 못한다"며 "주말에 한 번씩 타는 게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활력소가 된다. 얼마나 좋냐"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상에서 전후좌우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니 머릿속 깊은 곳까지 상쾌해졌다. 마침 새 장비의 내구성과 결함 등을 확인하는 시험비행을 하기위해 유럽에서 온 테스트파일럿들이 모여있었다. 스위스 인터라켄이나 양평 유명산 등이 이들의 단골 시험비행장소다.

미래항공스포츠 천대준(47) 팀장과 2인용 패러글라이더에 탑승하자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호흡을 한번 가다듬은 뒤 산 아래를 향해 그대로 달렸다. 몸이 떠오르며 내뱉은 외마디 비명은 금세 탄성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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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바람은 비행을 허락했고 그렇게 하늘을 부유했다.

아무런 동력에 의지하지 않은 채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바람소리만 귓가를 스칠 뿐, 다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미디어의 힘을 빌리지 않고 대자연의 장관을 실감하고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천 팀장은 23년 전 우연한 기회에 패러글라이딩을 접한 뒤 지금까지 업으로 삼고 있다. 그를 중심으로 모이는 회원은 40여 명.

해발 800m 상공에서 천 팀장은 "패러글라이딩은 허공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고독하다. 그게 묘한 매력"이라며 "23년째 거의 매일 타는데도 여전히 가슴이 뛴다. 그러면 행복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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