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익의 '스타트업']1조달러 스타트업

주종익

발행일 2018-10-01 제2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애플은 스타트업 DNA를
언제나 유지하길 바라겠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닮지 않았으면…
처한 환경 다른 비밀주의 경영
얼마나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2018091701001195000058451
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1조 달러라면 세계 최대의 초대형 기업인데 신생초기 기업인 스타트업이라니? 나는 애플을 이렇게 정의한다. 애플에는 스타트업 DNA가 아직도 살아있기 때문이다. 1조 달러라면 엄청나게 큰돈이다. 우리나라 2017년도 국민 총생산액이 약 1조5천억 달러 정도이니 우리나라의 GDP의 70%에 달하는 금액이다. 애플은 2018년 8월 2일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최근(9월 4일)에 아마존도 한때 1조 달러를 돌파하였으니 애플과 아마존의 주식을 팔면 우리나라 증권시장에 등록된 모든 회사를 다 사고도 남는 금액(2017년 우리나라 증시 시가총액은 1조7천억 달러 정도임)이다. 12만3천명(2017년 Annual Report)의 거대한 기업이 어떻게 스타트업과 같이 민첩하고 일에 대한 독기가 빠지지 않았을까? 통상 배부르고 등 따시면 게을러지고 놀고 싶고 폼도 잡고 싶고 거드름도 피우고 위험은 피하려고 할 텐데 아직도 혁신과 도전과 오기가 여전하다. 애플의 기업문화가 그렇다

애플은 최고 최상의 상품을 골동품 만들듯이 예술적이고 모두가 갖고 싶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명품주의를 고수하는 회사이다. 스타트업 성공의 요인 중에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남과 다른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 제품을 개발한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개발을 직접 한 것은 없다.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제품 개발에 있지 않다. 그의 천재성은 좋은 사람을 끌어오고 아이디어를 훔쳐다가 남들이 생각 못 한 부족한 부분을 집어넣어 전혀 새로운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데 인문학적인 통찰력과 디자인 우선 전략을 수립해서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능력에 있다.

애플은 경영학 교과서를 따르지 않는다. 권한이양이나 자율경영 보텀업(Bottom up·하부의견수렴) 정보공유 등등 경영기본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스타트업도 경영학이 상당기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고객의 요구를 철저히 따르도록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고객은 무지하기 때문에 물어볼 필요 없다는 주의다. 애플에게만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니 고객이 그 물건을 알 리가 없다.

애플 직원은 자기일 이외는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 직원도 들어가지 못하는 비밀 장소가 칸막이처럼 쳐져 있다. 세상에 없는 최고의 것을 만들려면 비밀주의는 어쩔 수 없다. 경영학 교과서에 있는 대로 민주적이고 차별 없는 자율적인 조직으로는 안될 것이다. 그 대신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정해진 목표와 일정은 칼같이 맞춰야 한다. 애플에 친구가 있어도 자유스럽게 못 만난다. 만일 기밀이나 내부이야기를 잘못하면 모가지가 잘린다. 톱 다운(Top Down·시키는 대로 하기)은 똑똑한 경영자가 깃발을 들고 나만 따라오면 된다고 생각하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경영이다. 미국의 유수한 기업은 모두 회장이 직접 스타트업을 시작해서 키워낸 사람들이라 실무자보다 더한 마이크로 경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회장은 막강한 권한은 있지만 해본 경험이 없으니 참모진의 의견을 자기 것 화하는 사람들이다. 한국과 미국은 회장의 질이 다르다.

삼성이 2016년 3월 스타트업 삼성을 선언했다. 왜 하고많은 단어 중에 스타트업을 택했을까? 삼성은 애플과 같은 스타트업 DNA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독기가 빠졌다고 회장은 느꼈다는 뜻이고 애플을 본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다니고 싶은 회사는 절대 아니다. 태릉 선수촌과 같은 회사이다. 다녀야만 하는 회사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으면 태릉선수촌에 들어가지 않고는 죽어도 딸 수가 없다. 아침 4시에 일어나서 불암산을 수도 없이 오르내려야 하고 자동차 타이어를 허리에 매고 운동장을 돌지 않으면 금메달은 생각도 말아야 한다. 땀을 3t이던 4t이던 흘려야 가능한 것이다. 애플은 그런 계륵 같은 곳이다. 삼키기는 싫고 뱉어내자니 아깝고.

애플은 스타트업 DNA를 언제까지나 유지하기를 바라겠지만 스타트업은 애플을 닮으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한 환경이 다르다. 애플은 애플 하나로 족하다. 또 하나의 애플은 없다. 애플의 명품 비밀주의 경영이 얼마가 갈수 있을지 궁금하다.

/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주종익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