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지지율 하락과 개혁 실종

최창렬

발행일 2018-09-19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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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 상대적 박탈감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등 경제 악화 원인
사회 전체 개혁동력 잃어 관리 시급한데
당·정·청, 정책방향 조정 리더십 안 보여


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지지율 하락은 일차적으로 경제상황의 악화가 원인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등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가져온 상대적 박탈감의 증대 또한 심각하다. 고용난과 실업률의 증가와 함께 분배 구조 악화가 지표로 나타나면서 불평등 구조 타파와 소득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을 국정 목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정체성마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집권 1년 적폐수사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획기적이고 역사적 대전환이 지지율을 80%까지 끌어올렸으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를 이뤄내지 못하고 개혁입법은 물론 민생입법 정책조차 표류한 결과이기도 하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진단이 엇갈리는 등 정책 혼선이 정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 20년 집권론'이 허망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면치 못했던 자유한국당은 '탈국가주의'니 '국민성장론'이니 하는 모호한 수사로 지지층 결집을 모색하면서 집권당에 대한 정치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무성 한국당 전 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좌파 사회주의'와 '세금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보수야당은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비준 동의 요청을 총체적인 '퍼주기'로 규정한다. '퍼주기 프레임'이 다시 등장하면서 정제되지 않은 용어들이 본질을 호도한 채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경제악화 논리는 경제구조 혁파와 재벌개혁의 당위마저 흔들고 있다. 지지율이 높을 때 야당과의 협치를 강화함으로써 개혁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다지지 못한 집권세력의 책임이 가볍지 않으나, 대안없이 소득주도성장을 포함하여 남북정상회담 등 정부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공격하는 보수야당 특히 한국당의 구시대적 행태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국사회의 개혁을 갈망했던 촛불로 상징됐던 시민적 동력도 찾기 어렵다. 경제는 시민의 삶 자체다. 그 삶이 악화되고 있다는데 개혁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러나 왜 경제가 어려운지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 운용 방식은 경제력 집중을 낳았고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가져왔다. 최저임금인상은 정작 대상이 되어야 할 재벌개혁과 대기업 소유 지배 구조 개선, 전관과 현직의 짬짜미, 사학과 부패한 종교집단 들에 대한 개혁의 당위를 무위로 돌리고 있다. 사회경제적 계층 구조의 하위에 위치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 피고용자와의 갈등으로 전선이 치환된 형국이다.

소수세력과 다양한 시민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다당제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도 여야의 정파적 이기주의의 제물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가 조응할 때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숨 쉴 공간이 생기는 법이다.

경제가 개혁과 대척에 서는 잘못된 인식구조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란 수사는 함축적이지만 용례와 사용하는 자에 따라 허구적 이데올로기에 그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획기적인 진전이 나오더라도 사회 전반의 개혁에 대한 프로그램과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정권은 신뢰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촛불로 상징되었던 시민의 요구는 잠재적이지만 언제든 더 큰 화산으로 폭발할 수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 등 집권연합은 경제악화를 오히려 개혁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담대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의 경제난의 직접적 원인이 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해 대안을 찾고 단기적인 처방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작업은 경제지표의 악화가 사회 전체의 개혁 동력의 실종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리더십의 확립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집권여당, 정부 등 집권연합이 지향할 개혁 프로그램과 정책방향을 조정하는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이해찬 대표는 지금의 상황을 정치학자인 애덤 쉐보르스키의 말을 인용하여 '전환의 계곡'(valley of transition)이라고 진단했지만, 역사적 진보를 위한 진통인지, 총체적 퇴행인지의 판단은 아직 이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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