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범죄 장비는 첨단, 단속은 육안

장소 가리지 않는 '성범죄 몰카범' 급증
범행도구 휴대용 스마트폰 가장많이 사용
지자체들 공중화장실 '안심스크린' 설치
예방효과 크고 여성들 만족도도 높다는 평


이진호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법무부가 성범죄 몰카범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성범죄 영상물을 촬영·유포하는 사범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징역 5년의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는 게 골자다. 영리를 목적으로 성범죄 영상물을 촬영·유포하는 경우에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으로만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고성능 카메라가 탑재된 휴대용전화기를 사용해 다른 사람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몰래카메라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기초단체의회 여성화장실, 해군사관학교 내에서조차 범죄가 이뤄질 정도로 장소를 가리지 않자 경찰, 지방자치단체, 민간 할 것 없이 몰카 단속에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지난 6월 인천 부평구 문화의거리에서 가방 속에 숨겨둔 휴대전화 카메라로 길 가던 여성 10여 명을 촬영한 공무원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여주시의 주민센터 공무원이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380여 개의 성범죄 영상물을 촬영했다가 적발됐는가 하면 청주시 한 주민센터에서 공무원이 동료 여직원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것이 발각됐다. 지난 1일에는 군인권센터가 해군사관학교의 몰카 상습 촬영에 대해 가해자 생도를 퇴교시킨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불법 촬영 혐의를 받은 피의자가 1만 6천80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성범죄 영상물 몰카 범죄는 2014년 2천905명, 2015년 3천961명, 2016년 4천499명, 2017년 5천437명으로 4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에 피해를 본 사람은 2만 5천896명인데 이중 83%인 2만 1천512명이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몰카 범죄를 막겠다고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들이 팔을 걷고 나섰지만, 단속 실적은 '0'건이다. 정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50억 원을 지원해 몰카 탐지기를 구입하고 상시 점검반도 구성했지만 올 들어 단속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인천시는 지난 8월부터 공중 화장실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고, 9월부터 기초단체들도 합동 단속반을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일단 공중화장실 내 몰래카메라 실태조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조사가 이뤄진 뒤 결과를 봐야겠지만 고정형 몰래카메라를 찾는 것은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점검에서 몰카를 발견해내지 못했다는 것은 휴대용 기기로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다는 얘기다. 몰카 실태조사에서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장소는 공중화장실로 나타났고, 범행도구로는 휴대용 스마트폰이 가장 많이 사용됐다고 한다.

지자체의 대대적인 단속과 사법부가 처벌을 강화하면서 몰카의 심각성을 알리고, 범죄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1차적인 조치가 이뤄졌다면 지금부터는 예방책이 실행에 옮겨져야 할 때다. 공중화장실은 특성상 CCTV와 같은 감시 장비를 갖출 수 없다. 범죄에 악용되는 장비는 갈수록 첨단 기능을 갖춰가는 데 단속은 눈으로 점검하는 수준이라면 근절할 수 없다. 없는 고정형 몰카 찾는데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예방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최근 몰카 예방을 위한 '안심스크린'이 전국 지자체 사이에서 화제라고 한다. 제천, 충주, 청주시 등 충북도 내 기초단체들이 공중화장실 칸막이 밑을 가리는 '안심스크린'을 설치한 이후 제주도와 대구를 비롯한 다른 지자체들도 설치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설치 비용도 저렴하면서 예방 효과도 크고, 여성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다는 평가다. '몰래카메라'를 예전 TV의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재미', '호기심, '장난'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다. 몰카는 심각한 성범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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