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당신은 행복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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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발간한 '2018 세계 행복보고서'를 보면 156개국 중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57위, 사회적 관계지수는 95위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세 이상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행복에 관해 물은 결과 '불행하다'는 답변이 73.4%에 달했다. 나이별로는 19~29세(76.9%), 30~39세(77.9%), 40~49세(75.7%), 50~59세(75.0%) 등 상당수 국민들이 자신의 불행을 호소했다.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무한경쟁, 자영업의 붕괴, 고용지표 악화 등 팍팍한 경제사정을 고려하면 지금 우리를 둘러싼 것이 '행복하지 않은 조건'들로 채워져 있는 것만은 분명한 모양이다.

경인일보가 창간 73주년을 맞아 내놓은 화두는 '지금 우리 행복한가요'다. 이런 특집을 마련한 건 우리 사회가 그리 행복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독자를 대상으로 한 행복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의외다. 응답자들은 행복의 1순위로 '가족'을 꼽았고, 절대다수가 '지금보다 앞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미래를 희망있게 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에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과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를 들었다. 칸트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으로 첫째 할 일이 있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셋째 희망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행복학 권위자 에드 디너도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21세기북스)에서 "지속적이고 완벽한 행복은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니 조금 불행한 행복을 원하라"고 조언한다.



헬렌 켈러는 자서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서 이렇게 적었다. '첫날에는 내게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오후에는 들과 산으로 가서 예쁜 꽃과 풀들을 볼 것이다. 저녁이 되면 황홀한 노을 앞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릴 것이다. 둘째 날에는 동트기 전 일어나 잠든 대지를 깨우는 태양의 장엄한 광경을 경건하게 바라볼 것이다. 마지막 날에는 아침 일찍 부지런히 출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을 보고 밤에는 도시 한복판에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거리와 쇼윈도에 진열된 멋진 상품들을 보고 싶다.' 우리가 매일 마주쳐 행복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의 사소한 것들이 헬렌 켈러에겐 절대적인 소원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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