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연평도에 설치된 간이 어선수리소. 지난 2012년 초부터 활용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어, 수리소의 주요 시설인 레일이 붉게 녹슬어 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
옹진군, 4억5천만원 들여 건립
2t안팎 소형선박 기준 설계로
대다수 5t↑ 대형화 감안못해
어민들 "인천항 쪽으로 나가야"
인천 옹진군이 연평도에 어민 지원 사업으로 수억 원을 들여 설치한 어선 수리시설이 수년째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군은 이 시설이 오래전부터 무용지물이 된 것을 잘 알면서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9일 오후 옹진군 연평면 연평종합운동장 인근 연안의 어선 간이 수리소. 부두 한구석에 높이 10m가량의 크레인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주변에 선박을 수리한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수리할 배를 해상에서 육상으로 옮기는 레일은 붉게 녹이 슬어 있었다. 어선 간이 수리소의 장비를 조작하는 기기는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고 심하게 녹슬어 있었다. 열쇠가 있어도 풀 수 없을 정도였다.
옹진군이 이곳에 어선 간이 수리소를 세운 것은 지난 2009년 11월. 배를 고치기 위해 연평도에서 멀리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해소해 달라는 어민 요청을 수용해 옹진군이 4억5천만원을 들여 진행한 사업이었지만 운영 시점부터 문제가 됐다.
옹진군이 2t 안팎의 소형 선박을 기준으로 어선 간이 수리소를 설계한 것이 현실에 맞지 않았다. 연평도 어선 대부분이 5t급 이상 대형인 점을 감안하지 못한 것이었다.
연평도 주민 민원이 빗발쳤다. 추가 예산을 들여 보수 공사까지 해도 허사였다.
연평도 주민 대부분이 이용하지 않는 어선 간이 수리소는 2012년부터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이 시설의 운영 주체조차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예산 수억 원을 낭비한 꼴이 됐지만, 옹진군은 이 시설의 확대 설치 아니면 철거 여부도 결정하지 못한 채 6~7년간 어정쩡한 상태로 방치해두고 있다.
연평도의 한 어민은 "처음부터 대형 어선이 이용할 수 있게 시설을 설치했어야 한다. 예산을 이유로 작은 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차라리 사업을 안 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며 "백령도나 대청도 같은 경우에는 시설 규모가 커 섬에서 어선 수리가 가능하지만 연평도 어민들은 어선 수리를 위해서 인천항 쪽으로 나가야만 한다"고 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선박 대형화로 인해 수리소에 대한 수요가 적어지면서 활용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고정형 시설이기 때문에 다른 활용방안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어촌계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고 말했다.
연평도/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