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백자문화의 산실이자 중심 고장 '광주'

300여개에 이르는 가마터들
국가사적 제 314호로 지정
예부터 맑고 풍요로운 고을로
조선백자가 가진 담백함의 매력과

절제의 미 만끽해 보길 바란다

이은채 경기 광주시의회 의원
이은채 경기 광주시의회 의원
경기도 광주시는 조선시대 500년간 우리나라 백자문화의 산실이며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광주 땅 곳곳에서 만든 우수한 백자들은 조선 왕실은 물론 국가의 모든 중요한 쓰임에 아주 귀하게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대부와 일반인들의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광주가 백자의 산실이 된 원인은 다른 지역에 비해 몇 가지 특수한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흙과 나무와 물, 말 그대로 자연적 환경이 갖추어진 점이 첫 번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한강을 통해 물길을 내려가면 한양으로 통한다는 지리적인 점도 중요한 조건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조건은 광주 땅에 고려시대 후기부터 이어온 도자문화의 기술적 전통이 계승되고 있었던 점이다. 이미 14세기 후반부터 광주 산골 곳곳에는 고려청자의 정신을 계승한 뛰어난 가마들이 자리 잡고 우수한 품질의 도자기를 생산해내고 있었다. 그러한 우수한 기술을 밑바탕으로 새로운 백자문화를 수용함으로써 광주에서 생산되는 백자는 중국 황실에 보낼 수 있을만한 수준에 이를 정도로 뛰어났고, 백자 생산과 관련된 모든 여건도 갖춰져 있었다. 중국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된 경질백자 기술이 도입되면서 15세기부터 경기도 광주를 중심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세종 7년(1425년)에 명나라의 사신으로 조선에 온 윤봉이 명의 황제에게 보낼 많은 양의 백자를 요구하자 광주의 요장(窯場)에서 정성껏 만들어 보낸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기록은 1425년 광주에서 만든 조선의 백자기술이 중국 황실용 백자에 뒤지지 않을 만큼 높은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이다. 이런 배경 하에 광주 땅에 국가가 직접 경영하는 최고 최대의 백자 가마를 만들게 된 것이다.



현재 광주시는 곤지암읍, 초월읍, 도척면, 퇴촌면, 남종면, 남한산성면, 동지역 등에 300여 개소에 이르는 백자가마터가 산재해 남아있는 것으로 볼 때, 광주시 전역이 문화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마터들은 국가사적 제314호로 지정돼 있다.

조선백자가 사용될 당시 조선은 중앙집권적 관료사회이자 엄격한 계급사회였다. 따라서 도자기를 쓰는 데에도 엄격한 구분이 있었는데 광주분원에서 최고의 재료와 기술로 만들고 내화갑발 안에 넣어 구워낸 상품 갑번백자는 왕실 전용의 최고급 백자로서 처음에는 후계자인 세자도 쓸 수 없도록 제한된 특별한 것이었다.

또한 분원의 백자가 조선시대 500년을 지나면서 독자적이며 일관성을 가질 수 있었던 요건은 바로 조형(造形)의 주체가 되는 사회지도층의 미의식과 의지에서 기인한다. 조선의 지적 엘리트들이 분원백자의 독자성을 지지하고 일관성 있게 지속시켰던 경위에는 그들 나름의 대의명분이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조선개국 초기에 수립된 새로운 통치이념과 정연한 질서의식을 이상으로 여기고, 이것을 엄격하게 계승하는 것이 지식인으로 격조와 품위를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세계적 유행이 표면적 장식과 호화스러운 상품으로써 중상주의를 향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질 고유의 성질을 그대로 활용해 백자내면의 미적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신중하고 겸손하게 표현하려 했던 분원백자의 도덕주의적 입장이 오히려 더 높이 평가돼야 할 것이다.

성리학적 검소 검약 사상으로 도자기가 갖는 본질적 아름다움인 절제의 미를 표현한 분원백자로부터 21세기 도자문화의 꿈을 발견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고 사명인 것이다. 예부터 맑고 풍요로운 고을로 불리던 광주시의 아름다운 풍광 아래서 조선백자가 가진 담백함의 매력과 절제의 미를 만끽해보길 바란다.

/이은채 경기 광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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