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조 잡아라" 여야 예산전쟁 내일 개막…'일자리·남북협력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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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정식 결산심사소위원장 주재로 17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특위 결산심사소위에서 2017회계연도 결산, 2017회계연도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이 처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9일 국정감사를 끝내는 여야는 내달 1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예산전쟁'에 돌입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즉각 예산 심사에 나선다. 시정연설과 같은 날인 내달 1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데 이어 5∼6일 종합정책질의, 7∼8일 경제부처 예산 심사, 9일과 12일 비경제부처 예산 심사를 이어간다.

동시에 각 상임위원회도 소관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한다.

예결위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소위원회 심사에서 각 상임위가 제출한 예산 수정안을 바탕으로 증액·삭감 여부를 결정하고, 30일 전체회의 의결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여야 3개 교섭단체는 '오는 11월 3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한다'고 합의한 상태다.

이 같은 예산안 심사 시간표에 맞춰 여야는 내년도 나라살림을 정밀 심사한다.

특히 정부가 올해 예산보다 9.7% 증가한 470조5천억원이라는 '슈퍼 예산안'을 편성한 만큼 이번 심사에서는 이를 방어하고 줄이기 위한 여야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고용 상황 속에서 확장적 재정운용을 통한 경기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 '원안 사수'를 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선심성 퍼주기 예산은 절대 없다며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이번 여야 간 예산전쟁에선 사상 최대인 23조5천억원으로 편성된 일자리 예산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협력 예산 등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일자리와 혁신성장 예산을 '민생 예산'으로 규정, 야당의 공세에 맞설 계획이다.

정부가 취업 취약계층 일자리 90만개 제공, 고용장려금 등을 통한 민간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일자리 예산을 편성한 만큼 '얼어붙은 고용시장을 살리기 예산'이라는 논리로 철벽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은 일자리 예산이 선심성·선거용 예산이라고 깎아내리겠지만,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 예산"이라며 "(예산 협상 과정에서) 야당의 주장을 확실하게 반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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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김관영(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특별재판부 설치 추진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한국당 등 야당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퍼주기 예산'은 철저히 걸러내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단기일자리가 아닌 항구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한 '대거 손질'을 벼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는데 헛돈을 쓰거나 가짜일자리를 만드는 예산은 철저히 걸러내겠다"며 "일자리 창출을 빌미로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선심성 예산을 걸러내 우리나라의 경제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북협력 예산을 두고도 여야의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1조1천억원 수준으로 확대해 판문점선언 이행 등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다른 항목의 예산에 비해 규모가 눈에 띄게 크진 않지만,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 처리가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예산의 '상징성' 때문에 여야의 공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남북협력 예산을 '평화 예산'으로 규정한 민주당은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남북협력 예산도 철저하게 심사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에 어긋나는 부분은 걸러내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 비준과 이에 따른 재정부담 여부를 놓고 여야 간 공방도 예상된다.

예산안 심사와는 별도로 여야는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 문제로 촉발된 공공기관 고용세습·채용특혜 의혹 국정조사와 사법농단 의혹 특별재판부 설치를 놓고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전망이다.

현재 민주당은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고 국정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야 4당의 동참 요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

민주당 서 원내수석부대표는 "특혜 채용 문제가 밝혀지면 가지고 오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인데 그게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지 않으냐"며 "현재 상황에서는 감사결과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실히 아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국정조사요구서를 공동으로 제출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채용비리는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민주당도 국정조사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적 우려와 의혹이 있는 사안에 대해 민주당이 동참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국정조사를) 같이 하지 않는다면 국민적 비난과 원성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설치에 동의한 사법 농단 특별재판부 문제 역시 한국당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당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월권이고, 삼권분립을 훼손한다"며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나오는 점도 변수가 되고 있다.

현재의 여소야대 국면, 나아가 관련 법안을 심의할 법제사법위의 위원장을 한국당이 맡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해 민주당은 한국당에 대한 설득 작업을 이어갈 심산이다.

민주당이 원내종합상황실 팩트브리핑 자료를 통해 "새로운 법원을 만드는 것도, 일반인을 판사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추천위원회를 통해 사법농단 연루자를 배제하고 재판부를 구성해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런 노력을 보여준다.

일각에서 국정조사와 특별재판부를 묶어 '패키지 딜'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회 주요 사안마다 '중재자' 역할을 했던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국정조사와 특별재판부를 받아들일 때 꺼리는 부분을 해소해 두 문제가 다음 주 중 동시 해결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발언하면서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다음 달 5일로 추진되는 여야정 협의체의 첫 만남에서 이러한 '패키지 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도했던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그와 같은 주고받기 타협에 거부감을 보였고, 앞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같은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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