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조선… '파란눈'에 담긴 그 최후

강효선 기자

발행일 2018-11-09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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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세계에 한국 소개한 게일
40년여 한반도 곳곳 돌며 교류
을미사변 등 역사적 사건부터
문화·일상까지 생생하게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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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제임스 S. 게일 지음. 책비 펴냄. 340쪽. 1만8천원


120년 전, 한 서양인이 수십 년간 조선에 머물며 직접 겪은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 출간됐다.

1888년 스물다섯 살의 한 선교사가 조선 땅에 입국한다. '제임스 S. 게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파란 눈의 그는 40여 년간 조선 땅에서 조선인들과 같은 삶을 살았다.

그는 정동에 모여 살면서 좀처럼 그곳을 벗어나지 않던 대부분의 외국인과 달리, 부산부터 서울, 평양, 압록강까지 조선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조선인과 어우러지며 깊이 교류했다.

특히 그는 1888년부터 1897년까지 조선의 마지막 10년을 담은 책을 'Korean Sketche'라는 제목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출간했는데, 이 원서는 게일이 서방 세계에 조선이라는 나라를 소개한 최초의 저서다.

이미 여러 권 소개된 바 있는 게일의 다른 기독교 서적과 달리 이 책은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고, 서울역사박물관에 해당 원서의 초판이 전시돼 있을 만큼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책이다.

게일은 이 책에 자신이 조선에 머무는 동안 겪었던 한국 역사의 현장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책 곳곳에는 그가 묵도한 이야기들이 서술돼 있는데,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실감 난다.

직접 평양에서 목격한 일본군과 중국군들, 청일전쟁의 흔적, 긴박했던 아관파천의 뒷이야기, 갑신정변과 을미사변을 논하며 격앙된 어조로 일본을 비난하는 등 그는 이방인이었지만, 어느 순간 조선에 스며들어 우리 조상들이 겪은 이야기를 상세하게 기록했다.

게일이 조선을 여행하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도 기록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들었던 이야기와 조선의 아름다운 자연과 혹독한 야생,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문화와 사고 방식, 따뜻한 정 등 조선과 조선인에 대한 애정 어린 시각과 생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지금껏 우리에게 게일은 선교사로서 주로 알려져 왔지만, 그는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위대한 한국학자다. 서양 세계에 미지의 나라인 '조선'을 처음으로 알린 게일의 저서는 잊고 지낸 역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선물같은 책이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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