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입 대비 유출 비율 122% '인천내 최고'·출생아 수도 최저수준
분만가능 산부인과·산후조리원 '0'… 행정시스템 구축 개선 지적
인천 동구의 인구 유출이 심각하다. 출생아 수도 매년 100명가량 감소하고 있다.
외형적 개발 프로젝트보다 주민 입장에서 육아·양육·교육 등 행정 서비스 수요를 파악하고 개선해 내실을 다지는 행정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구 토박이 이모(35·여) 씨는 지난달 서구 청라로 이사했다. 8살, 4살 된 딸을 양육하는 이씨가 30여년 간 살아온 터전을 떠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이었다.
이씨는 "집 근처의 재개발 예정 구역은 더디게 진행돼 장기간 방치돼 있어 아이들을 키우면서 늘 안전 문제가 걱정됐다"고 했다.
또 "여학생이 다닐 수 있는 중학교가 화도진중 하나뿐이고, 이 학교에 못 가면 원거리 지역 중학교에 진학해야 하는 것도 마음이 쓰였다"고 말했다.
박모(47·여) 씨도 결혼 후 2003년부터 동구에 거주하면서 세 자녀를 낳아 키웠지만 지난 4월 동구를 떠나 서구 가정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중학생이 된 첫째 딸은 특수목적고를 준비했지만, 집 근처에 학원이 없어 부평구까지 먼 길을 오가야 했다.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 진행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 지 10여 년 가까이 지나도록 사는 곳은 점점 '슬럼화'됐다. 박 씨는 "지금 동구는 젊은 부부들이 떠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열악한 교육, 양육, 주거 환경을 그대로 두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구 인구 유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통계는 출산 가능한 19~49세 남녀의 유출입 현황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년간 3천564명이 동구에 둥지를 튼 반면 4천363명이 동구 외 지역으로 떠났다. 유입보다 유출 인구가 799명이 많았다.
유입 대비 유출 비율은 122%로 인천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계양구는 120%, 부평구는 114%였고 나머지 7개 기초자치단체는 100% 이하로 유입 인구가 유출보다 많았다. → 표 참조
출산 가능 인구가 동구를 떠나면서 출생아 수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인천 동구의 출생아 수는 2015년 624명, 2016년 527명, 2017년 430명으로 감소했다.
동구의 출생아 수는 강화군, 옹진군을 뺀 인천의 8개 구 중 가장 적다. 올해 9월 말까지 동구 출생아 수는 290명으로 월평균 32.2명이다. 지난해 월평균 35.8명보다 3.6명이 줄었다. 내년이면 한 달 평균 출생아가 30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아이가 줄면서 출산 인프라가 열악해지는 것도 눈여겨봐야 하는 지점이다.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와 출산 후 산모가 이용하는 산후조리원이 동구에 한 곳도 없다.
어린이집은 55개(국공립 9개 포함)로 강화·옹진군을 제외하면 인천에서 가장 적다. 양육·교육 질 저하, 출산율 저하, 출산 인프라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수준이 심각한 단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생아 수가 줄고 20~40대 인구가 외부로 떠나면서 고령화 문제도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동구 인구 6만7천112명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만3천242명(19.7%)으로 초고령사회 문턱에 접어들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동구 고령 인구 비율은 인천시 평균 노인 인구 비율(12.1%)을 크게 웃돈다.
전문가들은 동구를 젊은 부부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지자체가 구민들이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윤홍식 교수는 "아이를 낳고, 키우고, 돌보는 데에 있어 필요한 시설과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라며 "적어도 출산, 육아, 교육할 때 부모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이 없도록 지자체가 실태 파악을 하고 필요한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