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 8일(현지시간) 캠프파이어(북부 뷰트카운티), 울시파이어(남부 말리부 주변), 힐파이어(" 벤투라 카운티) 등 대형 산불 3개가 발화해 나흘째인 11일 현재까지 서울시 면적(605㎢)보다 넓은 800㎢ 이상의 산림과 시가지를 불태웠다. 현재 인명 피해는 사망 31명, 실종 110명으로 잠정 집계돼 있다. 사망자는 23명이 숨진 채 발견된 뷰트카운티 파라다이스 마을 주변에 집중됐다. 소방국 대변인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산불이 처음 발화한 지난 8일과 비슷한 양상의 강풍이 불고 있다. 앞으로 24시간이 고비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캘리포니아주 말리부 산불 현장 상공에서 이날 소방 비행기가 방화제를 투하하는 모습./AP=연합뉴스 |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역대 최악의 동시다발 대형산불이 발생해 31명의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현지 경찰이 11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미국 A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북부 뷰트카운티 경찰국의 코리 호네아 국장은 "지난 8일부터 발화한 캠프파이어로 파라다이스 마을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주민 시신을 오늘 하루 동안 6구 더 수습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산림소방국(캘파이어)이 집계한 주 재난 역사상 단일 산불이 초래한 인명피해로는 85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가 됐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1933년 로스앤젤레스(LA) 그리피스파크에서 일어난 그리피스 파이어로 29명이 사망한 것이 역대 최악의 단일 산불 인명 피해로 남아 있다. 두 번째는 1991년 오클랜드 북쪽에서 일어난 터널파이어로 25명이 목숨을 잃었다.
캠프파이어는 이날까지 역대 최악의 산불과 같은 수의 사망자를 기록하게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샌프란시스코 북쪽 샌타로사를 포함해 소노마카운티·나파카운티를 휩쓴 10여 건의 동시 다발 산불로 모두 42명이 사망한 바 있다.
남 캘리포니아 말리부 주변에서 발화한 울시파이어로 주민 2명이 사망했다. 북부와 남부 캘리포니아를 더한 사망자 수는 31명이다.
뷰트카운티 경찰국은 또 11일 오후 현재 연락이 두절된 주민 수가 228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까지 연락 두절 상태의 주민은 110명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경찰은 하루 사이에 100명 넘게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시 주민이 단순 연락 두절 상태일 수도 있지만, 산불로 전소한 집터 주변 수색이 진행되면서 시신이 추가로 발견될 수도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도 보인다.
잃어버린 친지를 찾는 주민들이 대피센터와 병원, 검시소 등에서 수소문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현재 파라다이스 마을에는 5개 수색팀이 인명 피해가 더 있는지 찾고 있다.
일부 시신은 유골만 남거나 심하게 훼손돼 현장에서 DNA 감식반원들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시신은 폐허로 변한 집터와 도로 주변에서 전소한 차량 등에서 주로 발견됐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 8일부터 캠프파이어(북부 뷰트카운티), 울시파이어(남부 말리부 주변), 힐파이어(남부 벤투라 카운티) 등 대형 산불 3개가 발화해 나흘째인 이날까지 서울시 면적(605㎢)보다 넓은 800㎢ 이상의 산림과 시가지를 불태웠다.
데이비드 클라크 캘리포니아 소방국 대변인은 이날 "캠프파이어로 밤사이에 15㎢ 정도 피해 면적이 늘었다. 어제와 비교해 진화율이 5% 올라가 25% 정도 불길을 잡은 상태"라고 밝혔다.
가장 피해가 큰 캠프파이어의 피해 면적은 440㎢다. 피해 지역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약 300㎞, 캘리포니아 주도인 새크라멘토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져 있다.
남 캘리포니아 LA 북서쪽 부촌 말리부 주변의 울시파이어는 현재 8만3천 에이커(335㎢)의 산림과 시가지를 태웠다. 이 불로 전소한 주택은 약 170채로 집계됐다.
미 캘리포니아 산불 현황. /연합뉴스 |
현재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대피하거나 강제 대피령이 내려진 주민 수는 약 30만 명에 달한다. 북 캘리포니아에서 5만여 명이 대피했고 인구 밀집 지역인 남 캘리포니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25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소방국은 진화와 관련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산불이 처음 발화한 지난 8일과 비슷한 양상의 강풍이 불었다"고 전했다. 강풍 속도는 시속 60㎞ 이상으로 측정됐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사막지역에서 시에라네바다산맥을 넘어 해안으로 부는 고온건조한 바람을 말하는 샌타애나 강풍은 산불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어 '악마의 바람'으로 불린다.
대릴 오스비 LA 카운티 소방국장은 현지 방송에 "우리 대원들이 생애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악조건, 극한 조건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는 소방관 8천여 명이 배치돼 불길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동시다발로 일어난 대형산불 3개를 완전히 진압하는 데 3주 이상이 걸릴 것으로 관측했다.
PG&E 등 현지 전력회사들은 산불 피해지역에 강제 단전조처를 내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전력을 공급하는 전신주가 쓰러지거나 전력선이 끊어져 산불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행정부에 '주요 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다.
브라운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과 같은 비극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 더 나빠질 수 있다"며 "예방과 적응을 위해 커뮤니티를 구할 조처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브라운 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산불의 원인을 주 정부의 산림 관리 실패 탓으로 돌린 데 대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들어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미 언론은 분석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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