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국가부도의 날]'헬조선의 기원' 그것이 알고 싶다면…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8-11-22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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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비공개 대책팀' 소재
경제관료·평범한 가장·역베팅 금융인
입체적 인물들 '역사적 일주일' 재구성
묘한 공감속 변하지 않은 현실 분노감

■감독: 최국희

■출연: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뱅상 카셀

■12세이상 관람가/드라마/114분/11월 28일 개봉

IMF 사태는 한국인에게 한국전쟁 못지않은 강렬한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이다.

하루 아침에 잘 나가던 회사가 무너지고,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도시 곳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공원에 노숙자가 넘쳐났던, 그리고 가족이 해체돼야 했던 그 사건은 한강의 기적을 맹신했던 국민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국가부도의날

대단히 극적이지만 너무 아픈 상처기에 사실 제대로 극영화 소재로 다뤄진 적이 없다.

돌이켜보면 IMF 사태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어 왜 우리가 IMF에 돈을 빌려야 했는지, 어떻게 빌렸는지, 또 어떻게 갚았는지 등 모든 과정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IMF 사태를 과감하게 전면에 내세운 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개봉은 상처를 들추면서도,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과거를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영화는 단 한 줄의 기사에서 비롯됐다.

IMF 협상 당시 정부 내 비공개 대책팀이 가동되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당시의 팩트와 영화적 상상력이 만나 우리가 마주해야 했던 국가부도의 날을 정면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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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피해를 온전히 감내해야 했던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 IMF 사태를 막으려 노력하거나, 혹은 이용했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통해 모두의 IMF를 그린다.

1997년 대한민국 경제호황이 최고조라 믿어 의심치 않던 때,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경제위기의 신호를 감지하고 상부에 이를 보고한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 국가부도를 막기 위한 비공개 대책팀을 꾸린다.

반면 곳곳에서 감지되는 위기 신호를 포착하고 '투자'를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진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역배팅을 결심하고 투자자를 모은다.

또 한편에서는 작은 공장의 사장이자 평범한 가장인 갑수(허준호)가 위기를 모른 채 대형 백화점과 어음거래 계약을 체결하고 소박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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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닥친 당시의 현실은 사실 아직도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IMF사태 이후 가속화된 고용시장의 변화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됐다.

영화는 한시현을 중심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비공개 대책팀의 갈등과 과감하게 국가부도에 베팅하는 윤정학, 무방비 상태로 직격타를 맞는 서민 갑수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소름끼치게 무서운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잘 그려냈다.

20여 년 전의 과거를 다룬 영화임에도 클라이맥스로 치달을 수록 묘하게 공감대가 형성되며 우리의 현실에 자각하고 분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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