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 자서전 '비커밍' 출간

'백악관 안주인' 된 노예후손

운명을 개척한 그녀만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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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자서전 '비커밍' 표지

 

드라마틱한 인생을 논한다면, 미셸 오바마 만큼 극적인 인생도 드물 것이다. 흑인 노예의 후손으로 태어나 백악관의 안주인이 된 그는 흑인 최초의 퍼스트레이디였다. 극적인 수식어만큼 수많은 여성들의 롤모델이 됐지만, 저열한 인격모독과 공격도 많이 당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백악관 깊숙한 곳에 숨어 다소곳한 대통령 부인으로 살기보다,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청소년 비만, 총기사건 등 미국사회의 예민한 문제들과 맞서 싸우는 용기를 보였다. 그가 이번에 출간한 자서전 'Becoming(비커밍)'이 역대 미 대통령 부부 자서전 사상 최고액의 판권으로 팔리고, 아마존 예약판매만으로 1위에 오른 기염을 토해 낸 이유다.
 

책은 오바마의 부인이 아닌, 흑인이자 여성인 미셸 오바마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가족 이야기부터 학창시절, 법률회사 변호사 시절과 시민단체 활동의 이야기를 비롯해 젊은 오바마를 운명처럼 만나며 달라지는 삶과 고민을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
 

비커밍의 도입부부터 그녀의 솔직함이 돋보인다. "나는 마지못해 공인으로 살기 시작한 뒤로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여성으로 치켜세워졌고 '성난 흑인 여자'라고 깎아내려졌다. 이런 말로 나를 비방한 사람들에게 특히 어느 대목이 못마땅하냐고 묻고 싶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성난'인지, '흑인'인지, '여자'인지?" 이유없이 비난을 받으면 상처받는 일반의 사람처럼, 그는 자신 또한 상처받았고 화가 났었노라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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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가진 자신의 자서전 '비커밍(Becoming)' 북 투어에서 얘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책은 어린시절, 무엇 하나 지는 것을 싫어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살았던 미셸 로빈슨(아버지의 성) 시절부터 시작된다.
 

그녀가 자란 시카고의 사우스사우드는 가난한 흑인 동네였다. 가난한 노동자 집안, 흑인의 자녀로 살아가는 일은 '남들보다 두 배이상 잘해야 절반이라도 인정받는' 미국 내 흑인 사회의 현실을 절실하게 깨닫는 일이었다. 작지만 그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사건들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특히 책 안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과의 첫 만남부터 결혼, 육아 등 우리 모두가 겪는 인생의 이야기들이 아주 솔직하게 담겨있어 흥미를 끈다.
 

무엇 하나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일을 수행해야 직성이 풀리는 미셸 앞에 첫 날부터 지각하고 왠지 모를 여유가 넘치면서 어슬렁 거리듯 자신의 주변을 배회하는 오바마와의 만남으로 그는 생각지도 못했던, 전혀 다른 삶의 궤도로 나아갔다고 말한다.
 

마지못해 받아들인 백악관의 삶이지만, 그는 평생을 그래왔던 것 처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나는 어린시절 대부분을 노력의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는 그는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몰라서 혼란스럽다. 혼란을 안긴 버락이 고마우면서도 미웠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용기있게 성장하는 인간적 면모를 통해 유리천장 안에 갇혀 한치 앞도 안보이는 길을 떠나는 인생들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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